‘아침부터 뭐 먹지?’ 고민이 될 땐 주로 둘 중 하나다. 누룽지를 삶아 먹거나 삼각김밥을 만들어 먹거나. 속이 불편한 날에는 누룽지를 먹지만 속도 편하고 든든하게 챙겨 먹고 싶을 때는 삼각김밥 키트를 꺼내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다.
냉장고 안에는 주먹밥에 넣을 재료들이 주로 두, 세 가지 정도 준비 되어 있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명란젓, 낫토, 미역장아찌. 가끔은 즉석에서 김치를 볶아 속재료로 쓰거나, 치즈, 달걀프라이를 넣기도 하지만 넣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낫토 한 팩으로는 삼각김밥 두 개를 만들 수 있고 명란마요는 김밥 하나당 큰 수저 기준으로 한 스푼을 넣는다. 낫토를 넣을 때는 비비는 단계에서 와사비소금을 넣어주는데, 낫토를 만드는 브랜드마다 간이 조금씩 달라서 원래는 국시장국을 넣다가 최근에는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와사비소금을 넣어 콤콤한 냄새를 줄이는 동시에 모자란 간을 맞추기도 한다. 밥에 비벼먹을 때는 낫토에 명란젓을 넣어 간을 맞추기도 하지만 삼각김밥에 넣을 때는 두 가지를 섞는 것보다는 따로 먹는 걸 좋아한다. 명란젓은 파지 백명란젓을 주문해 마요네즈에 버무린 다음 밀폐 용기에 옮겨 담아 보관한다. 다진 미역장아찌에 다진 청양고추 조금, 참기름 한 방울 넣고 버무려서 삼각김밥 안에 넣으면 맛있다고 엄마에게 배웠다.
맛으로는 명란마요삼각김밥을 가장 좋아하지만, 내게 가장 특별한 건 낫토삼각김밥이다. 학부 시절 점심시간에 학교 벤치에 혼자 앉아 낫토마키(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낫토가 들어간 김밥)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먹던 추억이 있어서 그렇다. 원래는 낫토를 먹지 못하다가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워킹맨(働きマン)]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칸노 미호가 먹는 걸 따라먹다 보니 어느새 낫토마키도, 낫토도 좋아하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아직도 낫토마키 하면 언제나 2007년 여름의 학교 풍경이 덩달아 떠오르곤 한다.
한국에서는 초밥집이 아닌 이상 낫토가 들어간 김밥을 사 먹기 어렵기 때문에 요즘은 추억을 떠올리며 낫토 삼각김밥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그리워하는 것이 한 손에 쥐고 빙글빙글 돌리며 먹던 낫토마키의 맛인지, 교토의 초여름 날씨인지, 아니면 그 시절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