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와다니 히로유키/문광희 옮김/지오북
"굳이 지의류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묻는 사람에게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지의류를 설명하는 책은 지의류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에겐 필요가 없다.
우리가 길을 가다 이끼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지의류일 수 있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것을 굳이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뜻 우리 일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존재를 왜 책까지 읽으며 알아야 할까.
이번에는 식재료 이야기를 해 보겠다. 요리에 쓰이는 다양한 버섯 중 석이버섯과 목이버섯이 있다. 그 버섯이 실은 지의류라면 조금 호기심이 생길까?
구약성서에 나오는 '만나'도 지의류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뒤표지에 있는 지의류 소개 글 중에는 '석이'와 '만나'가 나온다. 지의류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에게도 석이, 목이, 만나는 어디서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근데 이들이 지의류라고 한다. 이전에 소개했던 <숲 아래서>라는 책을 보면 알겠지만 버섯은 식물이 아닌 균사체다. 그렇다면 석이와 목이, 만나 역시 균사체라는 말일까?
지의류는 균류에 속하고 이끼류는 녹색 식물이기에 둘의 생물학적 특징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4쪽
맞다. 그것들은 모두 균류이다. 그렇다면 버섯과 지의류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의류는 공생의 결과로 '지의체'라고 불리는 안정된 식물체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균류는 지의체 안에서 안정된 생활장소와 물, 무기물을 조류에게 공급하고, 대신에 조류가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탄수화물)을 얻는다. 10쪽
지의류는 일반 균사체와 다르게 조류와 공생한다. 조류와 공생한다는 점에서 산호와 닮았다. 다른 생물이 쉽게 살지 못하는 딱딱한 암석 위에서 개척자 역할을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 둘은 환경오염에 취약하지만 일단 적응하기 시작하면 다른 생물들의 번영을 도울 수 있다. 다만 산호는 폴립이라는 동물과 조류가 공생한다는 점,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가 공생한다는 점이 다르다.
지의류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을 때는 표본을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현미경에서 조류와 균류의 세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의류라고 판단했던 경험이 있어 지의류를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의류와 이끼류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5쪽
일상에서는 버섯과 지의류, 산호와 지의류를 헷갈릴 일이 잘 없다. 오히려 식물인 이끼와 생김새, 그리고 발생 지점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종종 오해를 낳는다. 이끼와 지의류를 구분하는 방법은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자세히 봤을 때 잎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끼고, 없다면 지의류이며 주로 녹색이라면 이끼, 회녹색, 주황색, 황색 등 다양하다면 지의류다. 게다가 우리가 식재료로써 즐기는 석이나 목이를 떠올리면 구분이 쉽다. 식물처럼 생긴 것은 이끼, 목이, 석이 혹은 산호 폴립 모양에 가까운 것은 지의류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길 위는 온통 칙칙하고 메마른 듯 보이지만 가끔 겨울비에 나무줄기가 푸른빛을 띨 때가 있다. 평소에는 마치 줄기와 한 몸인척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다가 비만 오면 초록빛 생기를 되찾는 지의류다. 숲이 아닌 가로수에서도 만날 수 있는 지의류. 만약 집 근처에서 지의류를 만난다면 반가워해도 좋다. 그것은 당신이 지의류가 살 수 있는 만큼 환경이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니 말이다. 이 책은 한 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지의류가 궁금해질 때마다 펴 보면 좋을 책이다. 마치 도감 보듯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한 번씩 꺼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