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의 소중한 3시간은 갔습니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치고 나면 후회를 안 할 수가 없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보온병에 음료를 넣어갈 때 시원하라고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몇 알 넣던 습관이
일반 머그에 얼음을 넣다 얼음이 미끄러지면서 컵을 놓치고 그만 뜨거운 물이 가슴과 배로 쏟아져 버렸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후회라는 건 ‘아… 내가 왜 그랬지?’에서‘그러지 말걸…’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가 한 실수를 기억하려는 마음속의 늦은 반사 신경일까요?
그래서 다음엔 그런 행동을 피하려고 작동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실수가 많은 편입니다.
시끄러운 성격은 아니지만 어릴 때 생활기록부에 빠지지 않고 담임선생님 의견란에 ‘주의가 산만함’이라는 표현이 적혀있었습니다.
얼마 전 남편이 시어머님이 미국에 오실 때 무려 치매예방영양제를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전 어머님드리려고 샀나 보다 생각했는데 제거라고 잘 챙겨 먹으라고 하더군요.
남편눈에도 제가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보였던 거겠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된 건 너무 좋은 일입니다.
가면 영어도 배울 테고 친구들과 놀 시간도 있고 선생님께 예쁨도 받을 테니까요.
(두찌는 그렇게 타고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얻은 소중한 일주일에 단 두 번, 3시간이라는 시간을 제 딴에는 엄청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집안일도 오전에 웬만한 건 마치는데도 아이를 보내고 나서 집에 와보면 또 해야 할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정리를 다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운 시간을 뜨거운 커피와 함께 쓰라린 화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소중한 3시간이 지나갔지만 나머지 21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붕대를 덧댄 채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또 잠을 재웁니다.
첫째가 많이 커서 혼자 샤워를 할 줄 아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두찌는 그냥 대충 세수에 손발닦이고 양치로 마무리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엄마의 삶이라는 건 정말 네버스탑입니다.
잠자리에 누워 따끔하고 쓰라린 상처를 느낄 때 이제 다시 커피를 든 채 얼음을 꺼내지 않겠다는 교훈으로 마무리해봅니다.
(실은 물을 끓여야 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답니다. 끓는 것과 뗄 수 없는 엄마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