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중반이 돼도 계속되는 진로고민
며칠 전에 일본인 친구랑 같이 집에서 차 한잔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안부를 물어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전날 학교 행사에서 나누어주던 영어 EL 수업 전단지 및 직업 훈련아카데미 전단지를 같이 보게 되었다.
둘 다 주재원 부인으로 이곳에서 지내면서 아이들이 학교 간 이후의 시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경단녀이면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제일 첫 번째 사회 활동의 장벽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영어로는 직장을 가지기 쉽지 않고 구하더라도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다.
그녀는 스타벅스에 취업자리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말하고
나도 근처 데이케어 센터의 어린이집 교사 요건들을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고민과 고충을 조금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여기 머무는 시간이 끝이 있으니 아이들 케어만 집중접으로 하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이 시간에 나도 경제적 생산활동을 하는 게 좋을지 계속해서 고민이 끝없이 된다.
아직 아이들도 나도 완벽하게 이곳 생활과 언어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감당할 부분이 늘어났을 때 아이들에게 갈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두루뭉술하게 답변하고 넘어가버린다.
브런치에 내 이야기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도 주재원가족으로 같이 온 배우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나누어 주셨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단지 여기 미국에 와서 생기는 고민은 아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의 앞길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게다가 아제는 나 말고 나의 두 자녀에 대한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같이 하고 살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의 진로는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내가 백지상태라면 그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앞으로 전혀 달라질 세상에 대해서 내가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의 불안감 때문에 아이를 맹목적 대학입시라는 기준에 매몰된 앵무새가 돼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일을 하고 싶고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또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산다.
지금 현재는 일단 나에게 주어진 것부터 잘해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하는 일 그리고 매주 브런치에 만화를 올리는 일 그리고 일과 중 시간을 할애해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나처럼 잘 가라앉기 쉬운 사람은 사실 고정적이고 강제적인 스케줄을 따라 살 때 규칙적이고 건강하게 살기 쉽다.
매일의 정해진 루틴을 따르는 것이 나는 쉽고 편하다.
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기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후루룩 지나가고 일주일이 하루처럼 가버리는 것 같다.
그렇게 벌써 7개월이 지나갔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어떤 특별한 기회가 없을지라도
나만의 과제를 풀어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브런치 연재도 그중 하나이다.
처음 이 만화일기 part1을 시작할 때는 발랄한 마음가짐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하는 거라 진지하게 임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