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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7. 2020

기쁨과 슬픔

수레바퀴처럼 오르고 내릴 것들




기쁨이란,
슬픔의 또 다른 모습.

슬픔이 내부 깊숙이 파고들수록
그대의 기쁨은 더더욱 커질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술을 담고 있는 이 예쁜 잔도
도공의 불가마 속에서
타들어가는 열기로 만들어졌잖아요.

아름다운 선율로 상처 받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저 피리 구멍도
칼로 판 그 나뭇가지잖아요?



기쁨으로 가득 찰 때,
가슴속 깊이 내려다보세요.

지금 기쁨을 주는 것이
예전에 당신에게 슬픔을 준
바로 그것이니까요.

슬픔에 잠길 때,
다시 그 속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예전에 기쁨인 것들이
지금은 울고 있잖아요.

'기쁨과 슬픔' _칼릴 지브란




칼린 지브란의 시에서처럼 기쁨을 주는 것이 슬픔을 주고, 슬픔을 주던 것이 기쁨을 준다.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이 가장 우리를 슬프고 힘들게 한다. 반면 슬프고 힘들게 하던 것은 곧이어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 높낮이는 보통은 같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떤 연인은 가장 사랑하는 상대에게서 슬픔과 기쁨을 얻는다. 어떤 엄마는 사랑하는 자식에 의해 기쁨과 슬픔을 얻는다. 자신이 사랑하던 일도 그렇다. 사랑하는 것이면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왜 둘은 같이 오는 걸까. 어쩌면 태어날 때에, 기쁨도 슬픔도 없이 사는 것과 둘 모두를 가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구라도 둘 모두를 경험하는 것을 선택했을 테지.


그러니 기쁨이 올 때는 슬픔이 올 수 있음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해야 한다. 반면 슬픔이 올 때는 기쁨이 올 것을 예상하면 된다. 이는 이유를 찾을 필요 없이 그냥 그렇게 되어있는 것. 누군가 인생은 바퀴처럼 위와 아래를 겪으며 지나가는 것이라 했듯, 매 순간 기쁜 사람도 매 순간 슬픈 사람도 없다. 그저 위와 아래를 오갈 뿐.


어차피 있는 기쁨과 슬픔이니, 기쁠 때에는 많이 표현하고 기억에도 새겨놓는 게 낫겠다. 슬플 때엔 그저 스스로를 알아주고 허공에 사라지게 해야겠다. 어차피 오고 갈 것들인데 이왕이면 좋은 것을 오래오래 남겨 놓는 게 낫지 않나. 많이 감사하고 조금 원망하는 것은 내 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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