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이야기할 때 ‘재미’라는 단어를 자주 쓰시네요."
얼마 전 한 미팅 자리에서 상대가 이렇게 물었다. "그 재미란 게 뭐예요?"
질문은 뜻밖이었고,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 조금은 산만한 대답을 내놓았던 것 같다. 지금에서 다시 곱씹어보니, 내게 ‘일의 재미’란 단어는 단순한 흥미 이상의 것이다.
나는 일을 할 때 ‘무엇을 하는가’보다 ‘왜 하는가’를 먼저 본다.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그런 맥락과 방향이 명확하고, 내가 그 목적에 동의할 수 있을 때, 일은 나에게 재미가 된다.
재미는 목표가 아니라 감각이다. 의미에 공감하고, 방향에 설득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 같은 것.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낯선 영역에 발을 들이고,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확장되는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일의 큰 재미 중 하나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모르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함께하는 사람들과 호흡이 맞고, 서로를 신뢰하며 같은 그림을 보고 나아갈 때, 나는 그 순간들을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다. 합이 맞는다는 건 단순히 코드가 잘 통한다는 걸 넘어,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몰입하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일의 재미란 의미에 대한 동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사람과의 합이 어우러질 때 오는 몰입과 생동감이다.
그건 내가 일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