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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Sep 03. 2017

“내 몸을 살리는 보석, 베리”

경남 거창_유기농 베리류를 생산하는 이수미 농부

#2 친환경 농가를 응원합니다.



300여 명의 방문객들이 돌아간 뒤

이수미 팜베리 농장은 본래의 고요를 되찾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이수미 대표의 발걸음은 펜션으로 향한다. 저녁에 오는 예약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그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청소도구를 내던지고 그냥 마룻바닥에 누워버린다. 창밖으로 초록빛 나뭇잎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하얀 구름이 일직선을 이루어 평화롭게 흘러간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이렇게 멋지게 사업을 성공시키다니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부러워요.”     


오늘도 이수미 대표는 방문객들부터 부러움 섞인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 두려움과 긴장을 아는 이 얼마나 될까?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고향 거창으로 귀농해 양계 사업을 거쳐 베리 농사를 지으며 흘린 그녀의 피, 땀, 눈물. 돌이켜보면 늘 도전과 위기였고, 그 싸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러스 질병으로 수천 마리의 닭을 땅에 묻었던 일, 계란값 파동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냉해로 인해 베리 나무의 90% 이상이 다 말라죽었던 일, 온갖 정성을 쏟았지만 수확량이 전혀 없었던 해...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이렇게 초록빛 나뭇잎 하나에서

창문 안으로 스며든 한 줄기 햇살에서

파란 하늘을 평화롭게 떠다니는 구름 한 조각에서 그녀의 시름과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감사와 행복에 젖는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조화로운 곳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자연이 주는 소중한 먹거리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이것이 이수미팜베리의 존재 이유이며, 바쁘고 힘든 나날 속에서도 그녀를 매 순간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거창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홉산(취우령) 자락에 스위스 농촌이 부럽지 않은 풍광을 자랑하는 이수미팜베리.


1만 3천여 평의 농장에서 블랙베리, 블루베리, 복분자, 아로니아, 산딸기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판매하고, 잼이나 농축액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 베리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레스토랑과 교육 체험장, 펜션 운영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18년간 양계 사업을 하다 베리류로 전환한 것은 2008년.

양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구입한 땅은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곳이었다. 이수미 대표는 이 귀한 땅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베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었지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짙은 색에 대한 매력이 과감한 결단으로 이끌었다.     


“저에게 친환경 재배는 처음부터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이 땅은 농약이나 제초제를 쳐본 적이 없는 생태계 그대로의 상태였거든요.

농약을 하고 제초제를 치면 농작물은 훨씬 잘 자라죠.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땅 속에서 뿌리가 그것들을 빨아먹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도 그걸 먹게 되는 것이거든요. 땅도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건강하고 싶어 베리를 먹는데, 오히려 나쁜 영향을 주면 안 되잖아요.

자연 그대로 생산해낸 베리는 보석 덩어리예요.

얼마나 귀하고 맛있고 몸에 좋은 건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죠.”      


흔히 친환경이나 유기농 제품은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착한 식품, 몸에 좋다는 이유로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수미팜베리 제품을 먹어본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최고 맛있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수미 대표는 세계 최고의 맛을 내는 비결에 대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면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주력 제품인 블랙베리로 세계 최고의 잼을 만들어낸 과정을 살펴보자.      



“저희 블랙베리 잼의 특징은 맛과 영양이 모두 살아 있다는 거예요.

비결은 씨를 곱게 갈아 넣는 기술에 있습니다.

보통의 블랙베리 잼에는 씨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서 씹을 때 이물감이 많이 느껴져요. 그렇다고 씨를 빼자니, 씨에는 오메가 3 같은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고민 끝에 씨를 곱게 갈아넣기로 했죠.

하지만 국내 가공공장에서 입자를 곱게 갈아내는 게 참 어려웠어요. 오랜 시간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이물감 없이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잼 개발에 성공했죠.”     



또 한 가지, 맛의 비결은 원재료가 싱싱하다는 것이다.

베리는 금방 무르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수미 대표는 베리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농장 중간에 냉동실을 지었다. 베리를 따자마자 곧바로 급속 냉동을 시켜 맛과 향을 꽉 잡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싱싱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재료에 대한 이해와 사랑, 농부의 부지런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5년 전,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접고 농업을 시작하며 이수미 대표는 농업으로 성공하는 여성이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었다.

성공의 의미는 농업으로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 그것이 그녀가 꿈꾸는 성공이었다.      

“농업은 사람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입니다. 결코 어둠의 삶, 힘들고 고단한 삶이 아니라 우리 생명을 이어나가는 아주 보석 같은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길 바라는 겁니다. 그렇게 세상을, 문화를 바꿔보고 싶은 거예요.”     



이수미 대표는 농가 레스토랑과 교육 체험장, 팜 스테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그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너무 매스컴에 의존하고 별 고민도 없이 유행처럼 선택해 먹는 게 안타까웠어요.

우리 농장으로 직접 모셔서 농촌의 의미 있는 생산품들을 보여드리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내어드리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농촌의 감수성을 갈망하고 있어요. 자연은 우리를 사랑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거든요. 그런 사랑을 나도 느끼고 또 나눠줄 수 있다면 이 유한한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 아닐까요?”     



팜베리 제품의 로고에는 농장을 의미하는 F 뒤에 쉼표가 있다.

바로 여기에 이수미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농업은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일이다. 사람도, 땅도 숨을 쉴 수 있어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중에 잠시 여유를 갖고 쉬는 것, 그것 또한 우리 삶에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수미 대표는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농장에서 이뤄지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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