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은금주 Sep 03. 2017

유기농은 내 운명

강원도 평창 _ 유기농 양배추 윤재철 농부

#1 친환경 농가를 응원합니다.

“유기농은 내 운명”

청정한 자연을 자랑하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바다가 펼쳐진다.
싱싱한 양배추와 대파가 마음껏 초록을 뽐내는 곳, 바로 윤재철 농부의 삶의 터전이다.
깊은 바다에 떨어지는 비의 양을 셀 수 없듯 초록 바다에 흘러내린  윤재철 농부의 굵은 땀방울을 헤아릴 길이 없다. 그저 싱그러운 채소에 맺힌 새벽이슬이 그의 땀방울이라 짐작만 할 뿐.

 



“몸땡이가 그렇게 만들진 걸 어쩌겄어.
죽지 않으려고 시작했지.”

유기농 농사를 어떻게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투박한 대답. 하지만 그것은 ‘운명’이라는 말로 바꿔도 좋으리라. 그것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운명이니까. 전라남도 광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그 자신도 농부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무덥던 날, 그만 농약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다.


현기증이 나고, 온몸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어린 마음에도 물에 씻으면 독이 씻겨나갈 것 같아 물이 흐르는 커다란 개울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농약으로 생긴 알러지는 평생 그를 괴롭혔다.
약을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발진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졌다. 이거 큰일 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살기 위해 시원한 곳을 찾아 강원도로 온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농사 대신 모피 가축을 했어요.
유럽에서 밍크를 수입해 키워서 파는 일을 한 8년 했죠. 그러다가 IMF가 터져 실의에 빠져 있는데, 지나가던 목사님이 유기농을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가 1998년.
가축을 키우기 위해 사둔 땅에 유기농 채소를 심었다. 2000년에는 유기농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비료도 안 주고, 농약도 안 치고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모두가 미쳤다고 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던 시절이었고, 어렵게 키운 농산물을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유기농은 운명’이기에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1만 5천 평에 양배추와 양상추 등의 양채류를 비롯해 감자, 대파, 옥수수 등을 모두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대표 유기농 농부가 되었다.
 
가장 많이 심는 채소는 양배추와 대파다. 어른의 품을 벗어날 정도로 탐스러운 양배추는 7월이면 수확을 모두 끝낸다. 대파는 유기농 재배가 무척 힘든 채소다. 비가 오고 습한 한여름에 더욱 극성을 부리는 잿빛곰팡이병이 때문이다.

“대파를 시작한 지 3년째예요.
중파까지는 깨끗하고 좋은데 대파까지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학교 급식으로 판매가 되니까 다른 작물보다 낫더라고요.”

일반 농산물이야 곰팡이가 생기면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주면 되지만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은 어떻게 균을 제거할까. 윤재철 농부는 석회보르도액과 황토유황액을 직접 제조해 사용한다.

품이 많이 들고 여간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도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 이만한 번거로움쯤은 기꺼이 감수한다. 윤재철 농부는 농사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기농은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돈을 보고, 이득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따지는 일이 아니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 몸에 좋은 먹거리만을 생산하겠다는 마음. 그렇게 날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바로 유기농이다.

솔직히 일손이 부족하고, 나이 들어 힘이 부칠 때는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그가 생산해낸 좋은 농산물을 알아주고, 계속 찾아주는 데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 힘으로 또 1년을 버티는 것이다.

“50년 만에 처음 먹어보는 상추 맛입니다!”
“이 옥수수 먹으려고 1년 내내 기다렸어요!”

단골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활짝 웃는 윤재철 농부.

“내가 키운 옥수수를 사 먹기 위해 1년을 기다린다는 거여.  참내... 허허허. 옥수수는 제초제나 화학 비료를 뿌린 거랑 유기농으로 재배한 거랑 맛이 완전히 다르거든. 어떻게 다르냐고요?
그냥 한없이 먹고 싶은 그런 맛이라고 하면 짐작이 될라나?”

윤재철 농부의 꿈은 계속해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이다. 1년 내내 항상 머릿속에 농사 생각만 꽉 차 있는 천생 농부. 자신한테는 땅을 가꾸는 사명을 주신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는 사람.  좋다고 하는 자리에 가봐도 농사일만 못하더라는 사람. 농사는 열심히, 정직하게, 잘해야 한다는 걸 항상 생각하는 게 좌우명이라는 사람.

그렇기에 윤재철 농부는 지금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왔고 그렇기에 지금 사는 곳이 천국이다.


그가 오랫동안 천국의 기쁨을 누리길 응원한다.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양배추 #고랭지농산물 #유기농인증 #나는친환경 # 유기농파






www.big-farm.com


매거진의 이전글 “내 몸을 살리는 보석, 베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