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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Issue Nov 26. 2020

내 집 빼고 집값이 다 올랐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선배 하나가 자랑을 한다. 두 달 전쯤에 이사를 가려고 사놓은 집값이 그새 2억이 올랐단다. 2억. 그것도 두 달새... 뭐가 뭔지 감이 안 잡혀 잠깐을 멍하니 있었다.

  평소에 잘해주던 선배였다. 딱히 얄밉지는 않았다. 그냥 부러웠다. 한참 동안 부러운 다음엔 답답했다. 나는 어째야 하나 하고 말이다. 그 답답함 다음에 후회가 들었다. 그동안 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지금 사는 집은 나의 첫 번째 집이다. 이 집을 살 때, 거의 일주일은 잠을 못 잤던 것 같다.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뤘다는 설렘이나 기쁨 때문이 아니었다. 긴장감과 부담감 때문에 그랬다.

  

  살던 집 전세금을 얼마나 받아야 되는지, 모아논 돈은 얼마인지, 대출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아마 100번은 넘게 계산한 것 같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돈을 가지고 다시 남은 계약금이 얼마고, 아파트 중도금으로 얼마를 줘야 하고, 건축회사에 잔금으로 얼마를 줘야 하는지도 100번은 넘게 계산했을 것이다.

  얼마나 돈 계산을 했던지 그 당시엔 계약금, 중도금, 발코니 확장비까지 얼마가 납입이 된 상태고,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천 원 단위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다. 그렇게 돈 나갈 구석을 달달 외고 있는 내가 신기한 지, 당시  공인중개사 아저씨가 웃으면서 이번이 첫 집 장만이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생애 처음으로 억 단위가 훌쩍 넘는 돈을 거래하면서 뭔가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됐고, 혹시라도 사기를 당할까 봐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계약서를 또 읽고 돈 계산을 한 번 더 하는 것뿐이었다.


  등본을 받고 나서야 이게 내 집이구나 싶었던 것 같다. 

  벌벌 떠는 나를 보고 엄마는 혀를 찼다. 큰돈 오갈 때, 과감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래야 투자도 잘하고 돈도 붙는다며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쉬운데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도 아니다.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그때 난 생각했다. 집 사고팔면서 시세차로 이익 좀 보려다가는 내가 먼저 말라죽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부동산으로 하는 자산관리는 대범한 사람들이나 많이 하라고 하며관심을 끄고 살고 있었다.



  

  집 하나 구했다고 다 끝난 것 마냥 옆동네 집값도, 아파트 분양권에도 관심도 없었던 나를 이젠 세상이 비웃고 있는 듯하다. 정신 차려보니까 우리 집이랑 같은 평수 신축 아파트들 값이 이젠 우리 집 집값의 두배가 넘어가고 있단다. 또, 다른 데 집값 쑥쑥 오를 때에도 우리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단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속이 쓰다. 

  아직도 이 집 대출금도 많이 남았는데... 이러다가는 앞으로 평생 신축 아파트에는 살아보지도 못하는 건가 싶다.


   남들은 해 바뀔 때마다 이사 다니면서 돈 벌고, 남들은 웃돈 주고라도 새 아파트 분양권 구해서 돈 벌고 그런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뭐했나 미련이 남는다. 두 달새 집값이 2억이 올랐다는 그 선배는 내게도 이 동네, 저 동네 얘기해가며 거기에 집 사라고 여러 번 말을 했다. 그렇게 말해줄 땐, 흘려듣다가 막상 돈 벌었다니까 부러워하는 내가 못된 심보를 가진 건가 싶기도 하다. 그 흔한 부동산 투자 관련 책 한 권을 안 읽고, 집값이 미쳤다고 발만 동동 구르는 내가 멍청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행복은 남들과 비교에서 찾는 게 아니라는데, 아마 난 성인군자가 아니라서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부러운 남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세상이다. 내 집 값도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막 천정부지도 오르고 그래 봤으면 좋겠다. 나한테도 막 돈이 굴러들어 오고 그래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러우면 남들처럼 뭐라도 해야 하는데 난 또 마냥 부러워만 하다 끝날 것 같다. 참, 못났다.


  우선은 집 앞에 쇼핑몰도 좀 생기고, 스타벅스도 좀 생기고, 큰 도로랑 지하철도 생기길 간절히 기도해보자. 집값이 안 오르고는 못 배기게 말이다. 그리고 주말엔 잊지 말고 두 손에 간절함을 담아 로또를 사놔야겠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니까 말이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이런 거라니, 진짜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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