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비를 할 때 마이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돈을 은행 앱이나 주식 계좌로 옮기는 순간, 우리의 뇌는 전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에 직면합니다. 소비는 돈을 내는 즉시 물건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지만, 투자는 돈을 투입하고도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자산을 슬기롭게 불리는 방법, 즉 투자의 플러스 확률의 세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확률적 사고란 내일 당장 대박이 날 종목을 맞히는 예지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이길 확률이 높은 판을 설계하고, 그 확률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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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주식 시장을 카지노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카지노의 게임들은 시행 횟수가 반복될수록 참여자가 자산을 잃을 확률이 수학적으로 높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주식 시장의 우량 자산들은 우량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성장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성질을 지닙니다. 이를 플러스(+)의 기댓값을 가진 게임이라고 합니다.
확률적 사고를 하는 투자자는 단순히 운을 시험하는 도박사가 아니라, 시스템의 우위를 점하는 설계자의 태도를 갖습니다. 설계자는 개별적인 결과가 주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흐르면 결국 확률의 법칙에 따라 보상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 개별 종목의 잭팟과 시장의 수율
어느 날 갑자기 수배의 수익을 줄 급등주를 찾아다니는 것은 룰렛에서 특정 숫자에 배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운 좋게 한 번은 맞힐 수 있지만, 그 행운이 반복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반면 시장 전체를 사는 인덱스 펀드나 우량주 포트폴리오는 마치 일상에서 건강 관리를 할 때 오늘 하루의 식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체적인 생활 습관의 균형을 관리하여 장기적인 건강 확률을 높이는 것과 같습니다. 개별적인 날에는 과식을 하거나 컨디션이 나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관리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다면 결국 인생이라는 긴 공정의 결과물은 건강이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게 됩니다. 투자자는 개별 종목의 요행보다 내 자산의 전체 수익 시스템을 정비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 시장 타이밍과 자동화 공정
주가가 가장 낮을 때 사서 가장 높을 때 팔겠다는 생각은 매 순간 기계의 진동을 손으로 조절하겠다는 것만큼이나 무모합니다. 확률적 설계자는 적립식 투자라는 자동화된 매수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산을 투입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평균 매수 단가는 낮아지고 수익을 낼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을 배제하고 시스템의 승률에 몸을 맡기는 설계자의 방식입니다.
투자에서도 단기적인 가격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소음에 가깝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우리가 대비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확률의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장의 변덕을 이기고 확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답은 시간에 있습니다. 마치 새로 개업한 식당의 후기가 한두 개일 때는 운 좋게 맛있거나 우연히 서비스가 나쁠 수 있어도, 후기가 수백 개 쌓이면 그 식당의 진짜 실력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주식 시장의 보유 기간별 승률 미국 S&P 500 지수의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확률 분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J.P. Morgan Asset Management, Guide to the Markets / 1950년 이후 S&P 500 총 수익률 분석 자료)
하루를 보유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 약 53% (동전 던지기와 별반 다르지 않음)
1년을 보유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 약 73%
10년 이상 보유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 94% 이상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을 볼 확률은 0에 수렴하고, 수익을 낼 확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운과 감정이 가격을 지배하지만, 시간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결국 기업의 본질적 가치라는 평균으로 회귀합니다.
- 다이어트와 신체 변화의 노이즈 (일상 사례) 우리가 체중 감량을 결심하고 매일 아침 저울에 올라가는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어제보다 0.5kg이 늘었다고 해서 다이어트가 실패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루 단위의 체중 변화는 수분 섭취량이나 염분, 컨디션에 따른 소음(Noise) 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를 3개월, 6개월 단위의 그래프로 그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기적인 등락은 무시되고, 나의 실제 식습관과 운동량이 만들어낸 진짜 변화의 확률이 드러나게 됩니다. 시간은 가짜 정보(수분 무게)를 걸러내고 진짜 정보(지방 연소)를 증폭시키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 전문가의 평판과 커리어 (커리어 사례) 직장 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하나의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악재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 사람은 무능한 전문가처럼 보입니다(승률 50% 미만의 구간). 하지만 10년, 20년의 커리어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실력을 갖춘 전문가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성공의 횟수를 누적시키고, 결국 90% 이상의 성공 확률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습니다. 단기적인 한두 번의 실패는 운의 영역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커리어는 실력이라는 확률의 영역으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확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세 확인의 빈도를 줄여 소음을 차단하십시오. 나심 탈레브는 시장을 자주 들여다볼수록 우리는 정보보다 소음(Noise)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제조 현장에서 센서 데이터를 너무 조밀하게 관찰하면 기계의 정상적인 미세 진동조차 이상 징후로 오인해 설비를 멈추는 과잉 대응(Over-control)이 발생합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는 행위는 우리 뇌에 불필요한 공포와 탐욕이라는 노이즈를 주입합니다. 시세를 확인하는 주기를 일주일이나 한 달로 늘려보십시오. 데이터의 샘플링 간격을 넓힐수록, 단기 변동성이라는 안개는 걷히고 장기 수익률이라는 신호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자산 배분으로 파산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십시오. 아무리 승률이 99%인 게임이라도,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는다면 그것은 절대 참여해서는 안 되는 나쁜 베팅입니다. 제9장에서 배운 러시안룰렛의 교훈을 잊지 마십시오. 공장에서 단 하나의 핵심 설비가 고장 났을 때 전체 생산이 멈추지 않도록 예비 설비를 갖추는 것처럼, 우리의 자산도 성격이 다른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야 합니다. 주식, 채권, 현금, 금 등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수익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치명적인 파산 확률(Risk of Ruin)을 수학적으로 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입니다.
예측이라는 도박 대신 대응이라는 프로토콜을 가동하십시오.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맞히려는 시도는 사실상 홀짝 게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확률적 사고를 하는 투자자는 예측에 에너지를 쓰는 대신, 상황별 대응 매뉴얼(SOP)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10% 하락했을 때는 추가 매수를 하고, 20% 하락했을 때는 자산 비중을 재조정(Rebalancing)한다는 식의 규칙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투자는 IQ 싸움이 아니라 시스템을 지키는 엉덩이 싸움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확률은 내 편이 된다는 수학적 믿음을 바탕으로, 미리 설계한 대응 원칙을 묵묵히 실행해 나가는 태도가 승리하는 투자자를 만듭니다.
오늘 우리의 포트폴리오가 빨간불이라 해서 우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53%의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94%의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투자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나에게 유리한 확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시장의 소음에 귀를 닫고 시간이라는 증폭기를 활용할 때, 확률은 비로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입니다.
앞서 투자의 승률이 10년 뒤 94%가 된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달콤한 확률에는 아주 냉혹한 전제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바로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중단 없이 버텨낼 수 있는 환경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훌륭한 종목을 고르고도 실패하는 이유는 투입한 돈의 성격 때문입니다. 당장 다음 달 전세 자금이나 아이들의 학원비, 혹은 남에게 빌린 돈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우리의 뇌는 생존 본능에 사로잡힙니다.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심리적 공정은 순식간에 붕괴되고, 결국 확률적 승리가 눈앞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불리한 지점에서 게임을 강제로 종료(Panic Sell)하게 됩니다.
제조 현장에서 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 반드시 비축해두어야 하는 예비 전력이나 필수 재고가 있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투자의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는 안전마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여유 자금입니다.
여유 자금은 단순히 쓰고 남은 돈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강력한 확률 증폭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보호막입니다. 시장이 하락할 때 공포에 질려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있는 힘, 즉 이성적인 대응 프로토콜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체력은 오직 여유 자금에서 나옵니다.
기억하십시오. 투자의 승패는 어떤 주식을 샀느냐보다, 그 주식이 수익을 낼 때까지 내가 시장에서 퇴장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습관은 당신의 승률 94%를 지켜줄 가장 확실하고도 마지막인 안전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