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와인의 맛을 좋아하세요?
어떤 사람은 자연 다큐를 보며 대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겠지만, 나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강렬하게 그 사실을 깨닫는다. 가차 없이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식당치고 재료 준비에 소홀한 집이 없다. 50년 동안 곰탕 하나에 매진한 원조 할머니일지라도 질이 안 좋은 고기와 내장으로는 진국을 뽑아낼 수 없는 것이다.
이 섭리는 와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곰탕 맛을 좌우하는 게 고기이듯, 와인 맛을 좌우하는 건 포도다. 그런데 포도라고 다 같은 포도가 아니다. 품종에 따라 맛의 캐릭터가 백팔십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와인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같은 육수라도 멸치로 국물을 냈느냐 고기로 국물을 냈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듯, 같은 레드 와인이라도 어느 포도로 빚었느냐에 따라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원하는 바로 그 맛을 찾으려면, 포도에 대해 좀 알아야 한다. 와인을 만드는 단골 품종 딱 일곱 가지 정도의 맛과 향을 알아두면 와인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전 드라이한 와인이 좋아요.
난 걸쭉한 레드가 좋아. 왜 있잖아, 끈적끈적할 정도로 농도가 진한….
딱 이 일곱 가지 포도 품종만 알면 팔할은 아는 것!
가장 알려진 레드 와인 품종으로 강한 건포도같이 걸쭉하고 응축된 드라이한 맛. 뻑뻑한 타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타닌이 부드러운 레드 와인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잘 익은 과일처럼 농후한 맛이 특징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 블루베리 향과 흙냄새가 향긋하게 올라오는 여리고 풋풋한 레드 와인.
잘 숙성되면 매콤한 후추 향이 피어오르고 타닌도 풍부해서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과일의 달콤한 향, 고소한 아몬드 향과 쌉싸래한 풍미가 살아 있어 가장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화이트 와인.
아오리 사과와 청포도처럼 풋풋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나 안주 없이 낮에 가볍게 마시기 좋은 화이트 와인이다.
달콤한 꽃 향이 다채롭고 좋은 와인은 꿀 향까지 폴폴 나는 화이트 와인. 보통 달콤한 정도를 조정하며 드라이하거나 중간, 그리고 아주 달콤한 와인, 세 가지 정도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