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토록 인간은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에 대해 평생 고뇌한다. 전공을 고를 때, 친구를 만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우리는 삶 앞에서 숱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주인공 롤라는 암거래 조직에 연루되어 죽음을 앞둔 남자친구를 위해 보스에게 전할 10만 마르크를 구하려 한다. 세 번의 선택 앞에서, 롤라는 적극적으로 운명에 저항하는 존재이다. 운명을 깨트리기 위해 자유의지를 담은 뜀박질은 숨이 벅차도록 반복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삽입하고, 독특한 촬영 기법을 사용하는 등 굉장히 팝아트적인 실험을 시행한다. 롤라의 붉은 머리와 베를린을 뛰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강렬한 미장센이 된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이미지들은 선택과 운명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오락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80분의 러닝 타임에서 주인공은 일반적인 여느 영화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와 다르게 20분간의 사건이 세 차례 반복되며 선형적인 서사구조가 해체된다. 이러한 세 번의 변주로 영화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조작된다. 이러한 기법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예술계의 동향이 영화 속에서 타임슬립 판타지로 구현된 것이다.
베를린 거리는 롤라에게 많은 교차로를 제시한다. 이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비유이다. 이에 대해 도시와 영화의 상관성을 연구한 배상준은 은밀한 주연배우는 [베를린이 아니라] 도시라고 말했다. 고립감과 익명성으로 가득한 대도시에서 롤라를 도와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롤라는 마음속으로 “기다려”를 외치며 홀로 외로이 거리를 질주할 뿐이다. 롤라는 삶의 모든 것이 시간성에 의해 지배당하는 전형적인 도시인이며, 운명을 결정하는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다.
롤라는 질주하는 동안 다양한 도시인들을 스치게 된다. 이는 주변인으로 축소되는 도시인의 삶의 직유이다. 이 장면들은 익명의 삶 역시도 우연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운명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실제로 감독 톰 티크베어는 애초부터 여기에서 롤라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것이 우연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골라진 것뿐이다.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스미스씨나, 죤스 부인이나 워커 씨의 것이라도….”
실제로 사건의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하거나 평균 이하의 인물들이다.<롤라런> 이전의 독일 영화는 은연중에 인간을 사회의 일부로 이해하며 집단적이고 정치적인 역사 의식을 기저에 드러냈다. 그러나 톰 티크베어는 이러한 패러다임에 새로운 깃대를 꽂았다. 개인주의적인 태도로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일생 동안의 인간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참고문헌.
배상준.「」20126영화적 도시-톰 튁크버의 <롤라 런> 강창구.「」200912포스트모더니즘 영화 『롤라 런』
강창구.「」200912포스트모더니즘 영화 『롤라 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