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한 Jul 26. 2023

무서운 아저씨가 건넨 말씀은

공연에서 만난 사람들


 거리에서 공연하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만나게 된다. 거리공연자들이 가입되어있는 홈페이지에 며칠 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아서 좀 긴장했었다. 여성 공연자에게만 다가가서 사진과 사인을 부탁한다고 하며 차까지 따라와서 휴대폰 번호를 가져가려 하거나, 셀카를 찍자고 해서 응했더니 갑자기 허리에 손을 대며 끌어당겼다는 이야기까지. 무서웠다.      


 저번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심 공원에서 공연했다. 벌써 관객분들도 자리를 잡았다. 앰프를 세팅 중이었는데, 스텝들이 수군거리다 내게 와서 속삭였다. “요즘 저분이 여기 공연장에 자주 오시는데 너무 무서워요. 저번에도 공연자한테 가까이 와서 뭐라고 하길래 그러지 마시라 했더니 큰 소리로 화내면서 갔어요. 저희가 있긴 하지만 조심하세요.” 보니 행색이 남루하고, 해에 그을린 아저씨다. 몸집이 크지는 않지만 날렵하게 생기셨다. 턱을 당기고 눈을 치떠서 나를 바라보는데, 이글거리는 눈빛이 좀 무섭다.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공연 준비를 마쳤다.      


 연주를 시작하려는데, 이분이 근처에 있던 의자를  당겨서  앞에 혼자 떡하니 앉으셨다.  앞에는 쨍쨍한 해가 내리쬐고 있어서 다들 조금 거리를 두고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계셨는데, 이분만 가운데에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다리까지  벌리시고 팔짱을 끼셨다. 평소에는 눈을 감고 연주하는데, 바들바들 실눈을 뜨고 연주했다. 저기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께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시다가, 스텝을 불러 무어라 이야기한다. 스텝도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이 끝나고, 항상 그랬듯이 관객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이분에게도 인사했는데, 가까이 와서 무서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바짝 긴장해서 들어보니, 세상에. 아까 들려드린 자작곡이 정말 좋았다고 하신 것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니, 따라 웃지도 않으시 살짝 굽은 등을 하고 재빨리 가셨다.  스텝이 달려와 괜찮냐고 물어왔다.      



 며칠 , 동료 거리공연자인 언니와 통화하다 그분이야기가 나왔다. 언니도 보신 적이 있는 듯했다. 그분이 중얼거리는  들어보니, 공연에 대한 칭찬과 공연자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이었다고 했다.   무섭게 생기셔서 그렇지 좋은  같다고 했다.    


 아.. 편견이 싫다고 말하면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있었구나. 문득 창을 바라보았다. 그날 같은 햇살이 부끄럽게 내리쬐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공연비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