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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Sep 29. 2021

14.I'm afraid of you.

더 이상 저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

반차를 아침

핸드폰에 신자 이름이 떴다.


당황스러워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고,

불안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핸드폰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려와 두 손을 받쳐 들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통화를 눌렀다.


"네. 실장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차분하게 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한 채로 그의 말에 집중했다.


"자리에 없어서 , 오늘 휴간가?"

-네. 오전은 반차, 오후에는 검진으로 말씀드렸었습니다.

"알았어."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일 말하지."

(무덤덤하고, 뭔가 수틀린 듯 한 말투가 찜찜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불안해 참고 있던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뺨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약을 먹지 않았는데 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불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부서 변동후 불안이 심해져 약을 두배로 늘렸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그 사람이 섞여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그나마 두배로 늘린 약의 효과인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팀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팀장님, 혹시, 실장님께서 왜 저를 찾으시는지 아시나요? 전화 주셨던데]

[아니, 오늘 오전 반차에 오후 검진이라고 공유까지 해드렸는데]


팀장님이 보내주신 회사 부서 아침 메신저 창에는 선명하게 나의 이름과 일정이 공유되어 있었다.


그가 모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너무 당황해서 통화 녹음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그가 부르면 심호흡 후 녹음 버튼을 누르고 간다.

녹음하는 것을 까먹고 간 날엔 마음이 더 불안해진다.


나는 아직도 그가 내게 퍼붓던 조소와 조롱 섞인 말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그를 대면할 때마다 하는 대화 내용의 녹취는 나를 지키려 그를 쏘거나. 같이 죽어버릴 수 있는 그와의 대화라는 전쟁터에서 한발 남은 총알 같은 것이다.



오늘도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게 사는  거니?'


이곳에 남을수록 나는 도태되어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말씀해주시는 회사가 있는데 이참에 가고 싶은 생각도 있고 마음이 복잡하다.


그런데, 이 마음으로 가는 게 맞을까?

잃어버린 자존감은 찾고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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