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먼저연락이 없는 부분에 서운한 티를 내니 한 번쯤 만나 밥 한 끼 하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다.
퇴사 후전 직장동료들을 따로만나거나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대화의 주제를 이미 떠나온 전 직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특별히 나눌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굵직굵직한 이야기는 가끔 전해 듣고 있음.)
사회생활을하면서 내가 없으면 죽고 못 살 것처럼표현하던 사람도 모두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하던 표현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굳이 사회생활에서 만난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가볍게 나간 자리에 대화를 하면 할수록 찜찜함이 마음에 짙게 남았다.(전에 쓴 글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려면 작게는 10분, 많게는 1시간까지도 겪어본 분으로 본인은 스트레스지수가 낮다는 사람.)
이래서 내가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기 꺼린 걸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서운해하던 게 생각나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지 않고 나간 자리였다.
안부는 그냥 한 소리였고, 그는 얼마 후 내가 새롭게 시작하게 될 일(스타트업 회사에 입사예정)에 대해 알고 훈수를 두기 위해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노파심이라면서 시작한 그의 오지랖 넘치는 이야기가 밥을 먹는 내내 나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쉽게 표현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하려는데 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말해서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세서 하기 싫게 만드는 그런 스타일)
그는 나에게 새롭게 시작하게 될 일에 대해 대충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라며, 같이 일하게 되는 사람은 자기 일처럼 밤 12시 반에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연락을 줄 정로도 열정도 높고 자기 사업처럼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만 모인 집단이라며열을 올렸다.
그 스타트업 회사에는 스펙 좋은(S.K.Y대학 등과 유학파) 능력 있는 직원들만있고, 대표는 능력이 없는 직원은 가차 없이 자르며, 능력이 좋으면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그곳에어떠한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하고 단단히 준비를하고 가야 될 거란 소리를 한참 하였다.
피곤한 몸에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붙잡고 비도 오는 이런 날, 고작 이런 쌉소리나 들으려고 일찍 일어나 외출준비를 하고 전회사 근처까지찾아가 그를 만난 것은 아닌데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나는 걱정도 많고 생각이 아주 많은 INFP이다.(공감능력이넘치게 좋은 편이라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남보다 더 걱정하고, 울고 웃는 감정 스펀지 같은 사람이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나만의 안식년) 오랫동안 재직해 오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다음 스텝에 대한 준비 없이 가지게 된 휴식기에 생각만 많아 하루도 마음 편히 잠들지 못했었다. 그리고 사실, 새롭게 시작하게 될 일에 대해 고민도 많았다.
회사의대우와 기대만큼 내가 맡은 역할을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전 직장을 퇴사하면서 앞으로 이직하게 될 직장은 높은 급여에 대한 욕심보다(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벌 수 있으면) 열정적인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분도 나에게 나쁜 의도가 있거나 나의 걱정과기를죽이려 한 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은든다.
또한, 악의가있는사람은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그와의 만남 후 나는 앞으로의걱정만 더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