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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Oct 09. 2023

부모라는 이름으로

어느 날 엄마의 무게를 봅니다

무게가 입을 열었다



삼백육십오일 일분일초 쉬지 못했다


전신에 기생하는 옷들

메고, 이고, 지고

생 다하는 그날까지 벗어놓지 못하는


겹겹이 바짝 달라붙어 포개진 옷감들이

저마다 제 말을 한다


오십견이 어두운 힘을 키우는 겨울이면,

밤낮 없는 통증들이 비명 삼킨

휘발 모은 미등이 추위를 밟는다


양지와 음지 사이 세 들어온 냉담

오므라든 그림자 꿈 자락들이 꼽아도

네가 포근하면


허연 김 서림 내린 머리  한 철 빗질 못 해도

바깥에서 떨까 감아주는 목도리


괄괄한 자외선 촉수가 들숨 막는다


전신이 흐물거리는 장마에 젖는

해파리에 곰팡이가 피어난다


바야흐로 미니멀 라이프시대

이태 말 없는 것들은 유배 보낼 결심을 한다면

최선을 다한 시간들,

버려진다고 오해하진 않을 것이다


켜켜이 쌓인 옷 바라지에 지치고 푸석한 사철

숨통 트였으면


내뱉은 체념들이 두엄 올리는 서랍장에

한 점 부끄럼 올라앉는다


#사진 출처는 N _blog



https://www.newsvow.com/news/73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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