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과 벨라가 머문 그 자리에 우리는 마주했다
<상처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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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육체의 감각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생겨난다.
지금, 우리는 한 공간에 머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시는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된 사랑이
어떻게 현실을 비껴가며 이루어지는지 상상했다.
샤갈과 벨라처럼 영혼의 동반자로 이어진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플러그 하나,
커서 하나로 연결된다.
빛나는 명찰, 즉 현실 세계에서의 정체성은 점점 흐려지고, 사이버 공간의 어둠 속에서 스크롤이라는
새로운 서사로 익어간다.
스크린 속 사랑은 낭만인가, 고립인가.
첫 입술조차 삭제할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사랑은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가.
사랑은 더 이상 향이나 체온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처럼, 여전히 사랑하고자 한다.
사랑만이 우리를 결속하고 지켜낼 강한 힘은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