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지탱하는 하나
제2장
엄마가 떠난 후, 아빠의 하루는 두 배로 늘어났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내 아침밥을 차려야 했고, 퇴근 후에는 집안일과 내 숙제를 챙겨야 했다. 아빠의 서툰 노력은 집안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싱크대 위에는 설거지하다가 깨진 접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자리에, 이제는 뽀얀 비누 거품이 마르지 않은 채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플라스틱 식기들이 쌓여 있었다. 아빠는 흙이 묻은 채 말려야 하는 옷과 세탁기에 넣어야 할 옷을 구분하지 못해 흰 셔츠에 검은 양말 물이 들어 연회색이 되기도 했다.
아빠는 주말이면 청소를 한다고 했지만, 그 청소는 꼭 전쟁 같았다. 진공청소기 소리는 너무 커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아빠가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구석에 있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엄마가 정리했던 집은 숨 쉬는 공간 같았지만, 아빠가 정리하는 집은 물건들이 겨우 제자리를 찾은, 불안한 쉼터 같았다.
"예진아, 아빠가 오늘은 짜장밥을 해봤어. 춘장을 볶았단다!"
아빠는 자랑스럽게 검은색 소스가 듬뿍 얹어진 밥을 내밀었다. 냄새는 그럴듯했지만, 한 입 떠먹는 순간 짠맛이 혀를 강타했다. 아빠는 춘장에 간장을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반 이상을 꾸역꾸역 먹었다.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이걸 만들었을지 알았기 때문에,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아빠. 다음에는 물을 조금만 더 넣으면 될 것 같아."
아빠는 내 말에 귀 기울이며, "오, 그렇지! 물을 넣으면 되는구나!" 하고는 메모지에 '짜장밥: 물을 더 넣는다'라고 적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슬프면서도 귀여웠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쓰는 아빠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빠의 서툰 노력은 학교 행사에서도 빛을 발했다. 운동회 날, '아빠와 함께하는 2인 3각 달리기'가 있었다. 나는 엄마가 있을 때부터 그런 행사는 늘 부끄러워서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나보다 더 신나 보였다.
"예진아! 아빠가 어렸을 때 달리기 좀 했단다. 아빠 믿고 쭉 달려!"
아빠는 내 옆구리에 밧줄을 묶으면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밧줄을 너무 세게 묶었다. 우리는 출발선에 섰고, 아빠는 힘껏 뛰었지만,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빠의 성큼성큼 큰 걸음과 나의 작은 걸음은 불협화음이었다. 결국 우리는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넘어졌다.
모래 위에 엎어진 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주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와르르 쏟아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창피함보다는, 아빠가 안쓰러웠다. 아빠는 황급히 일어나 나를 일으켜 세우며 미안해했다.
"미안하다, 예진아. 아빠가 너무 서툴렀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괜찮아. 나도 발이 꼬였어."
우리는 다시 달렸지만, 이미 꼴찌였다. 다른 가족들은 완벽한 호흡으로 1등을 차지하거나, 적어도 넘어지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는 결승선 앞에서 아빠의 손을 놓았다. 아빠의 숨 막히는 긴장감과,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과도한 의욕이 나를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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