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쌓아 올립니다
3장.
집 안의 침묵은 아무런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소통이 멈춘 자리에서 축적되는 거대한 부재의 총합이었다. 아버지의 무기력과 강박, 어머니의 희생적인 침묵 그리고 딸의 지적인 도피, 이 세 가지의 힘이 균형을 이루며 각자의 공백은 무심하게 쌓여갔다. 이것은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보여주지 않는 내면의 영역이자, 그들만의 동상이몽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비밀의 은신처였다.
수정에게 공백은 '밤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오후 여섯 시에 집에 돌아와 아침 여덟 시에 나갈 때까지, 쉼 없이 노동하는 주부이자 아내였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하루는 모두가 잠든 자정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거실의 불을 끄고 남편과 딸의 방문이 굳게 닫혔음을 확인한 후, 수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이어 낡은 서랍장 깊숙이 숨겨둔 작은 통장을 꺼냈다.
그것은 20년 동안 그녀의 월급에서 떼어낸 소액의 비상금이 모인 곳이었다. 잔고는 그녀에게 남편의 퇴직금 감소나 예측이 불가능한 가족의 붕괴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물질적인 섬을 상징했다. 통장 잔액을 보면서 그녀는 불안을 잠재우는 그것은 그녀의 유일한 안전 닻이었다.
수정의 가장 큰 공백은 '자신을 위한 시간'의 부재였다. 통장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켰다. 그녀가 몰두하는 것은 가십난의 기사나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녀는 '해외 이민'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 남편과 딸 없이 혼자서 떠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나라가 어디일까. 그녀는 그저 정보를 검색할 뿐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밤 지도 위에 펼쳐지는 낯선 도시의 풍경을 보면서 그녀는 이 지붕 아래의 묵직한 공기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녀에게 이 검색은 가족이라는 굴레로부터의 벗어나는 정신적 탈출이자 자신의 희생에 대한 무의식적인 보상 심리였다. 그녀는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수호자인 동시에 가장 먼저 그 섬을 떠날 준비를 하는 잠재적 배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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