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편해야 하는가?
5 ~ 10년 전부터 실리콘벨리 등을 통해 창업 열풍이 불어오면서 나이스한 조직문화 역시 함께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열심히 추종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참고: 직급과 호칭)
대기업들도 이러한데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오죽할까. 채용공고의 회사 소개에서 자유롭고 쿨하게, 터치하지 않고 프로답게, 서로 책임감을 다하며 수평적인 듯한 뉘앙스가 없는 회사를 찾기가 더 힘들다. 실제로 불확실성하에서 생존을 이뤄내기 위해 자유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의견에 기반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려면 기성 조직과는 다른 형태의 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상황은 어떠한가? 업무적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리더의 역린, 회의 후 삼삼오오 다시 모여 이전 회의의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2차 회의, 명확하지 않은 아젠다와 왜 앉아 있는지 몰라 자기 할일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참여자에 따라 해야 할 말이 달라지고, 우리 조직 사람들은 원래 착하고 순하다는 착각, 의견을 내도 반영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필요 없다고 치부되는 상황 등등. 대기업 못지 않은 부조리와 커뮤니케이션의 낭비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직 내에서는 음성적이고 서로의 감정을 헤치지 않거나 자신의 안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최적화가 이루어진다. 만약 명확한 조직의 목표나 관료주의적인 강한 위계 구조가 없다면 프리랜서 집단처럼 따로국밥이 되어 회사가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이다.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전체 조직 관점의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찾는 것이고 우리 모두는 사회생활을 하며 익히 정답(?)들을 학습해 왔기 때문에 이미 대다수 그 특징들을 잘 알고 있다. 몇 가지 생각해 본다면 아래 내용들 정도일 텐데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 문구들이기 때문에, 특징보다는 어떻게 조직이 이런 경향성을 가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싶다.
비판하되 비난하지 않고, 반대하되 대안을 추구함
피하거나 외면하고 싶더라도 사실과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기반함
기준과 정의를 항상 명확하게 하고 의문 나는 점은 누구나 질문함
투명한 정보 공유로 구성원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최소화함
안타깝게도 어떻게 조직이 이런 경향성을 가지게 할 것인가는 리더십의 솔선수범 외에는 딱히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사업에 있어 어떠한 절대적인 (본인이 세운) 명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이는데, 리더가 틀렸음을 인정할 줄 알 때 팔로워들도 누구나 질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유혹을 경계하는 것 역시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러한 유혹이 있을 때는 주기적으로 현장 조직과 직접 사업 이야기가 아닌 소통방식에 대한 점검을 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끔 문화 관점에서 리더십을 보좌하는 조직들이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장과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을 단절시키는 경우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소모하며 모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조직 내 갈등은 필연적으로 거쳐갈 수밖에 없는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고 학습하여 시장과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을 그 근간에 마련하여 항상 객관적인 우리의 상태를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