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M 서비스가 고도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이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지 벌써 6개월이 넘게 흘렀다. 그동안 아직 PFM 시장은 약진을 하진 않은 듯해 보이고 2022년 1월부터 시작된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영향력이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PFM 서비스가 고품질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살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Part I. 링크)
1. 자산관리의 기본 단위는 개인보다는 가계에 가까움
2.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난제는 데이터의 수집/가공/유지관리에 있는데 아직까지 노동집약적인 방법을 대체하긴 어려워 보임
3. 정보 수집/가공의 한계점은 정보 불균형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갭을 줄이면서 감성 영역의 의사결정 도움을 유도하기 위한 휴먼터치가 필요
재무설계 이론에 따르면 재무설계는 고객의 현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과 분석, 설정한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 수립, 실행 및 사후관리 과정들로 이루어지는데 각 과정에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필요한 액션들은 보통 전문성을 가진 PB나 재무설계사와 같은 인력들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별 고객별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이 아닌 경우 이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관리 포인트가 많아질 경우 특히 고객의 정보 수집, 현황 분석, 대안 제시 등은 사실상 인력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영역에서 PFM 서비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PFM의 경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이고, 아래와 같이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보인다.
자산관리와 개인의 삶이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은 꼭 이론을 배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PFM 서비스들의 경우 대부분 순수 '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결혼에 따라 개인의 삶의 변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과 더불어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
보통 결혼 이후 재무적 관점의 의사결정을 순수 개인단위가 아닌 가계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출산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산관리의 니즈가 증가하며 아직까지 기혼인구가 미혼인구 대비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차별화된 PFM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싶다. (통계청 자료 기준 2015년도 내국인 25세 이상의 미혼 대비 기혼 비율은 - 기혼은 배우자 있음, 사별, 이혼 포함 - 3.6배 수준임)
물론 가계 기준의 자산관리 이외에도 생애주기별, 소득형태별 등 범주화 및 개인화 되어야 하는 요소는 많으나 우선은 다수를 차지하는 대중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가계 단위의 서비스 제공이 1차적으로 수행되어야 범주화, 개인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자산과 현금흐름 관점의 고객 재무상태, 이에 기반한 적합한 세무, 투자, 상속/증여 등에 대한 분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PFM 서비스의 데이터 수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이터의 수집은 정보 분석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전술한 가계 단위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연말정산시와 유사하게 배우자나 부양가족으로부터의 정보제공 동의를 받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더불어 부동산 공적장부 열람, 세법을 비롯한 세무 관련 정보의 수집 역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보들이 보통은 개인정보 혹은 개인신용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집과 관련한 각종 제도와 규제들에 대해서 서비스의 목적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PFM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라이선스를 득해야 하는데, 이때 정보수집을 위해서 스크레이핑 방식 대신 사전에 정의된 API를 활용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관점과 송수신 데이터의 표준화 관점에서는 에서 적절한 조치로 보일 수 있으나, 필요한 정보 원천을 적시에 확장하여 자산관리에 활용하기에는 개별 금융기관 (혹은 업권별 중계기관), 공공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유용성의 한계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PFM 사업자의 경우 공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를 조직하여 정보 수집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최초에 쓰던 시점으로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의 수집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임)
정보의 활용을 위해서 신뢰도 있는 데이터들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이를 위한 가공/유지관리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영역이다. 데이터 활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녹록지 않은 일인데 표준화, 커버리지, 활용처라는 3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PFM을 수익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판매보다는 활용 결과의 판매가 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데이터 가공과 유지관리 역시 고품질의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일 것이다.
최근에는 Data Lableing, Data Annotation 등 데이터의 유지/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비전이나 언어 등 아직까지는 범용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영역에 국한되어 있어 보인다. 산업에 적합한 데이터를 집중하고 활용하는 것은 제도, 해당 도메인 지식, 기술 등이 결합되어야 하고 금융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현재까지 이러한 형태의 정보사업을 대규모로 영위하는 조직은 CB업 이외에는 그 예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가장 큰 난관은 이와 같은 초기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 있어 '인력'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점이고 (소위 말하는 '곰 눈알 붙이기' 작업들이 매우 많음)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곳이라면 사업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금융쪽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실력 있는 대표님을 한 분 아는데 기술적 역량과 노하우가 충분한 그분도 Scalability 측면에서 항상 고민을 하신다.
지금까지 나온 보완사항은 어느 한 기업이 1, 2년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는 데이터를 이용한 PFM 서비스로 자산관리를 하는 것에 한계점이 분명하고,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현실의 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람은 컴퓨터나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 본다면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의 보조가 당분간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금융상품 중개 시장인데 보험설계사, 대출모집인 등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중개시장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들이다. 아마도 이러한 플레이어들이 좀 더 고도화된 PFM 서비스라는 도구를 손에 쥐고 활동을 하게 된다면 고객의 경험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PFM이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면 사용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연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금융과 관련된, 혹은 자신의 자산과 관련된 정보는 먹고사니즘이 어느 정도는 해결된 사람들의 고민이기에 시장이 클 지에 대해서도 미지수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PFM을 이용한 무엇인가로 BM을 설계한 기업들(특히 금융쪽으로 집중하여)은 지속가능성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살펴본 바와 같이 PFM이 고객을 이해하고 자산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데이터 수집/가공/유지관리에 대한 어려움과 노동집약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더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접점을 넓게 보유한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PFM서비스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이를 뒷받침할 풍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PFM을 접목시킬 기존 서비스가 검증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당신이 작은 기업들이라면 이와 관련한 곁가지 기술들의 전문성을 가지거나 큰 기업들의 서비스를 활용하여 도움이 되는 영역의 비즈니스를 탐색해 봐야 할 것이다. 골드러시에서 금을 발견한 사람이 아닌 청바지 회사가 돈을 벌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