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축의금을 정중히 사양하자 소고기 한 상자가 들어왔다. 어느 날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전달된 선물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고민이 생겼지만 우리는 선물을 수락하기로 합의했다. 예의상 한 말이 아님을 잘 알면서, 사양의 말을 사양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결혼에 대한 신념은 잠시 접고 선물을 받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선물 고르기란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헤아리는 일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빛을 가진 별들 중에 마음이 가는 단 하나를 찾아내는 것. 그 과정은 어렵고도 길 것이다.
목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오니 선물로 보내진 택배 상자가 도착해 있다. 고기는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니 오늘은 등심을 구워 먹기로 하고 프라이팬을 달군다.
고기를 올려서 겉면이 익으면 한 번 뒤집고, 집게와 가위를 사용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소고기를 프라이팬에 바싹 구우면 육즙이 빠지고 질겨져 맛이 없다. 핏기가 가실 때 잠깐만 뒤적이다 불을 끄면 빠르게 메뉴 하나가 완성된다.
반찬이 좋으니 아끼는 그릇에 밥을 푸고, 소금과 고추장만 곁들여 밥상을 차려낸다. 따끈한 밥에 고추장 조금, 소금 찍은 등심 한 조각을 올려 한입에 넣으니 적당한 탄성에 기름진 고소함이 입안 가득 눅진하게 녹는다.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던 날.
주말에는 불고기용 고기를 양념에 재워 불고기전골을 준비한다. 시판용 불고기 양념에 갈아 만든 배 음료 500mL 한 캔을 부어 재워둔다. 넓적한 냄비에 샤브샤브용 소스를 사용해 국물을 내고, 그 위에 배추와 버섯 등 어울리는 채소와 재운 고기를 올리면 어렵지 않게 근사한 요리가 된다.
그런 저녁 시간을 보내며 축하해 줄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고, 어떤 방식을 선택하건 그것은 축하하는 사람의 몫이다. 이 자명한 이치를 나는 언제부터 잊게 되었을까.
살다 보면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될 때가 여러 번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겸손함의 미덕으로 사양하기에 앞서, 나를 즐겁게 하고자 고심했을 친구의 정다운 순간을 먼저 떠올려 보기로 한다. 받는 기쁨만큼이나 주는 기쁨도 크다는 걸 어른이 된 우리는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꼭 거절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정성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를 위해 마련된 귀한 정성 앞에 겸연쩍음은 잠시 내려놓기를. 그 마음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솔직한 태도가 서로를 더욱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게 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