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 건데~
M은 점심시간에 종종 친구들과 놀러 와서 보드게임을 하고, 승부가 한창일 때 꼭 욕을 해서 나에게 한 소리를 듣고 가는 학생이었다. (아 죄송해요~ 하며 뺀질거리기는 덤)
그런 M이 갑자기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을 때 '너 수업 듣기 싫어서 그러지!' 하는 말이 나온 건 내 무심함 때문만은 아닐 거다. '아 왜요 선생님 저도 진짜 고민이라는 게 있어요!'라는 말로 시작된 상담. M은 제법 진지하게 진로와 본인의 성격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M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는데? 맨날 뺀질대더니, 친구들 없이 혼자 말하니까 진지한 면이 있네."
- "저도 진지할 때는 진지해요."
머쓱한 웃음을 짓고 상담실을 떠난 M은 일주일 후에 다시 등장했다.
정신없는 하교 시간에 슬며시 찾아온 M은 일전에 이야기했던 고민의 진척상황을 이야기해줬다. '이러이러하게 되고 있어요' 한 마디를 던지고는 '간식 없어요?'를 덧 붙인다. 웃겨 증말. 무심한 척 던지고 가는 말이 참 고맙고 귀엽다. 교실이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다른 층에서 일부러 와야 하는 것 다 아는데 굳이 지나가다 들린 척은 왜 하는 거람. 선생님한테 전에 일 어떻게 됐는지 말해주고 싶어서 왔으면서 쿨한 척은 왜 하냐고 묻지는 않았다. 남고생의 자존심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퇴근길에 그 '쿨한 척'이 귀여워서 혼자 깔깔 웃는 선생님,,ㅋㅋㅋㅋ
무심한 척도 귀엽긴 하지만, 솔직하게 다가갈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는 걸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선생님한테든, 누구한테든 말이야. 또 올거지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