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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Aug 13. 2024

0. 이걸 다 쓰면 널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미해결 과제 - 나의, 혹은 우리의 한 때

    기나긴 유럽 여행기를 끝냈다. (사실 그렇게 길지 않은데 쓰는 사람이 게을러서 길어짐..) 다음 71억을 뭘로 할지 고민하다 여행이 아닌 사람에 대한 기억을 적어보기로 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여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잠시 들렀던 여행지의 기억이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유난히 짙게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시절인연'이라고도 하고 '흑역사'라고도 하지만, 돌아보면 분명히 부끄러워질 시절을 기록해 두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낭만이 아닐까. 


    그렇지만 미래의 내가 너무너무너무 부끄럽지는 않게 약간의 픽션을 섞어서....

 



    여름밤을 걷다 손을 잡았지만 그에 대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때. 말하지 않았던 마음이 미해결과제로 남아서 너를 자꾸 맴도는 건가. 지금도 좋아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할 것 같은데 왜인지 자꾸 눈에 밟힌다. 네가 잘 지내되 너무 잘 지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을 가끔은 하면 좋겠고, 가족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연애는 잘 안 풀리면 좋겠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너에 대한 생각이 덜 녹은 아이스티 가루처럼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 마음을 전하면 털어내 질까, 더 복잡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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