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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ug 24. 2019

화려하지 않지만 매혹적인 것들

최돈선 글, 허영 사진의 <매혹과 슬픔>을 읽고

어쩌면 인간은 자연 속의 한 그루 나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어나면 하늘을 보며 자라고, 구름과 비와 바람과 새들을 만나고, 가까운 이웃의 풀꽃들과 벗하면서 석양을 함께 바라보는 그런 나무 말입니다. 제 안의 나무는 조용히 가지 하나를 흔들어 제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태어나라”라고 말하는 듯싶었습니다.

- 최돈선 글, 허영 사진 <매혹과 슬픔> 중


주말에 읽어야 할 두꺼운 책들이 세권이나 되지만 온통 반복되는 뉴스와 비난의 단어들에 지쳐 무언가 휴식이 필요했다. 마음의 고요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어젯밤부터 TV와 뉴스들을 멀리하고 읽어 내려간 책. 최돈선 선생님의 <매혹과 슬픔>
블라디보스토크, 바이칼, 올혼섬까지 시베리아를 여행하며 써 내려간 여행 에세이다. 근데 이걸 단순한 여행 에세이라고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난 여행도 좋아하고 에세이도 좋아하기에 그간 꽤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여유가 없을 땐 대리만족이라도, 간접경험이라도 하고파서. 그간 보아온 펜시한 사진들, 여행의 설렘, 달달한 추억, 스펙타클한 모험담, 살짝의 허세 MSG가 뿌려진 고독감, 독특한 현지 맛집들... 그런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는 많이 달랐다.


과거를 살다 간 사람들이 있고, 그때의 시간과 기억이 있고, 지금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리하여 화려하게 반짝이진 않지만 깊은 매혹과 연민, 아련한 슬픔과 알 수 없는 동경이 생겨났다.
잘 알지 못하는 역사를 조근조근한 시인의 목소리로 들으며 함께 걷고 여행하는 것 같은, 고요하지만 마음속에 무언가 일렁이던 시간이었다. 또한 허영작가의 많은 치장을 하지 않은 담백한 사진들도 글과 딱 어울려 더욱 좋았다.
피곤했던 한주의 디톡스를 위해 상큼한 레몬수와 함께 읽다 보니 몸도 마음도 디톡스 되는 기분이었다.


일주일 뒤에 작은 북콘서트도 하신다고 해서 내 음악 중 무슨 곡을 연주해야 하나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읽은 독후감을 대신할 수 있는 곡, 이 책에 담긴 풍경과, 그 고단한 세월을 열심히 살아낸 그 시절의 고려인들과 독립을 위해 애쓰셨던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  4집 exhale에 있는 "흐린 날의 왈츠"다.


작곡, 편곡, 연주 by 유니스 황

흐린 날의 왈츠 from 4th album "exhale"


"흐린 날의 왈츠" 감상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youtu.be/LnK3JHkMj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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