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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ug 08. 2021

캔맥과 병맥 사이

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 어설프게 참다 보면 늘 유혹과 갈등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마시기엔 좀 늦지 않았나? 그래도 늦게 자니 소화될 시간이 몇 시간은 더 있지 않을까?

영혼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커피나   내려마시자~ 하고 멍하니 커피를 마시다, 그냥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딸깍!

마음까지 잠금 해제되는 캔맥을 따는 소리는 짜릿한   기분 좋. 어쩌면  소리를 듣기 위해  좋아하는 와인보다 캔맥을 따는 것일 수도 있다.

안 보기로 해 살짝 답답했던 무언가가 확 열리며 그 궁금증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어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느낌. 다른 캔음료를 딸 때와는 다른 조금은 조심스럽고 낮은 톤의 설렘이 있는 딸깍~



펑~

망설임 없이 병뚜껑을 따 날리고 티슈로 입구를 한번 닦아 하이네켄 병나발을 분다. 내 입맛엔 살짝 라이트 한 맛이긴 하지만 병에 든 하이네켄을 좋아한다. 병에 든 하이네켄은 잔에 따라 마시기보단 병으로 그냥 마시는 게 단연코 좋다.

벌컥벌컥 병째 넘길 때 몰려오는 초록의 자유로움. 황금 빛깔, 초록 빛깔 파도가 발끝까지 짜릿하게 관통하며 뭔가 청량하게 가벼워지는 기분. 그러기에 병에 든 맥주를 마실 땐 1/3 혹은 반 병쯤은 쭈우욱~ 멈춤 없이 마신다.


그러고 나면 호기롭던 20대 때 바에 앉아 혼술을 마시던 그 시간들이 기억난다. 그 시절 자주 듣던 Kissing a fool을 부르던 조지 마이클의 청량한 사운드가 온몸에 흐르는 기분이다.

지금보다 지혜롭진 못했지만 순수한 무모함과 용기가 있었던 그 시절의 온도가 그리울 땐 이렇게 초록 빛깔 병맥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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