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버린 소망에 허무하게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현실적인 삶의 무게를 아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감정이 싫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물들어 가는 게 싫을 때가 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때 우리 자신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기대감에 설레일 때가 있다. 그 때는 세상 바라보는 눈을 현실적이지 않게 바꾸기도 한다.
사실 말도 안 되는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너와 함께 한다면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아'
사랑은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 모르핀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런 하늘을 날아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있다가도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분별력을 잃고 후회할 일들을 이것저것 하게 된다.
그리고 한참이 흐른 뒤에야 지나가버린 소망을 기억하고 후회했을 일들에 슬퍼하게 된다.
하나씩 놓아주어야 한다.
지나가버린 소망도 놓아주어야 한다.
후회했을 일들도 놓아주어야 한다.
이렇게 지난 일들을 놓아주고 흘려보내야 새로운 마음을 담을 수 있다.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나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