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사는 것이 아닌 삶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대부분 분주하고 바쁘다.
시간에 쫓기어 많은 것을 놓치곤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람이다.
쫓긴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잡히는 것을 피하는 행동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자신을 잡기 위해 쫓는다는 것. 기이한 현상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에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나를 쫓고 일이 나를 쫓고.
이런 보이지 않는 개념으로부터 추격전을 당하다 보니 우리는 자신의 양 옆을 충분히 살피기 어렵다.
나를 보살피고 도우려는 누군가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놓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이런 쫓기는 삶에서 관계들은 결국 깨진다.
사랑도 그렇다.
시간과 일에 쫓기다 보면 사랑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는 사랑을 지키기 위한다며 현실을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놓치는 경우가 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현실을 잡으려는 노력을 더 한다.
때로는 이상을 좇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을 보호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물이 흐르며
- 최춘해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어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 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팔지 않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