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살게 하기도 한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울던 일들이 어디 한 두 번인가.
특히 사람으로부터 병이 들었을 때 쉬이 낫지 않아 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프고 나면 다시 병들고 싶지 않아 하면서, 사람을 불신하게 되는 합병증이 생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병든 사람을 고치는 것도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곁에 두려고 그렇게도 애를 쓰는 것을 보면 태생이 외롭고 본성은 고독한가 보다.
사람이 사람을 웃게 하고 희망을 가지게 한다. 희망 안에는 사랑도 있고 애정도 있다.
사람이 낳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희망이고 그것이 사람을 살게 한다.
우리는 희망 안에 사랑을 담아 내일을 산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너무나 존엄하고 사랑스러운 일, 우리는 그렇게 사람을 낳아 대를 이어간다.
사람을 쬐다
-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