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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Oct 02. 2019

안아주기. 그 따뜻한 행동.

FREEHUG, 대가 없이 상대를 안아 주는 일의 의미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이는 힘든 감정을 들고 와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힘든 감정을 털고 와서 새로움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힘든 감정을 들고 와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힘든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찾아와서 대부분 커리어, 진로,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10대에는 우정과 진로, 사랑 등의 주제로 20대에는 사랑과 연애와 진로 그리고 30대에는 바빠서 서로 보지 못하다가.

사회생활의 정점을 찍는 마흔 둥이들의 진지한 대화는 역시 '일'이다.


그러나 고민을 들고 찾아와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생들이야 어딘가에 추천이라도 해 주지만, 마흔들의 삶은 무게 때문에 어디에 훌쩍 던지기도 쉽지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 준다. 상황을 듣고 눈빛을 보면 대충 알 것 같다. 그래서 먼저 듣고 나서 상대가 묻는 질문에 둘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의견을 낸다. 결코 판단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본 적도 없고, 또 앞으로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잠시 손을 잡아 주고 잠시 기댈 어깨를 내어주기는 하지만, 결국 서서 걷기 위해서는 자신의 두 다리와 허리의 힘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오래 걸어야 할 수도 있고 가끔은 뛰어야 할 수도 있기에. 틈틈이 체력을 비축해 놓는 일 외에도 체력을 관리하라고 말하곤 한다.


인생을 걷기 위한 힘을 기르는 일.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것. 그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밥 한 끼를 하는 것. 소소한 것들로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다. 나 역시 멘털을 몇 사발은 갈아 마셨을 정도로 힘이 들어 봤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10여 년 전인가..

사람들에게 'FREEHUG'가 받아들여진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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