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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Oct 29. 2019

인생이 꼭 재미있지 않지만,

재미있거나 신나는 일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면 뭐든지 좋아했다. 대학을 가서도 흥미진진한 일들만을 찾고 동아리 활동도 새로운 일들을 꾸미고 시도하면서 즐거운 경험 만들기에 꽤 집중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경험들은 고등학교 이후 자유로운 삶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것이 미래의 행복인양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재미있고 신나는 일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늘어갔다. 인내하고 참아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사회생활의 기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직장 경험이 쌓이면서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성취의 단위로 변했다.


왜곡된 줄도 모르고 신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 더 높은 성취감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더 힘든 목표를 세우면서 능력의 가용 범위를 넘어설 때도 있고 숨이 찰만큼 무리해서 도전하기도 했다. 재미에 대한 왜곡이 시작된 이후로 경쟁적인 환경이나 직장에서 얻는 성취가 재미있다 착각하며 살았다.

 

넘어지거나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와 주변이 건조해져 갔다. 그러다가 넘어졌을 때 좌절감을 맛보았고 좌절 자체를 기피했다. 좌절할 것 같은 일은 도전하지 않으려고 했다. 넘어지게 되며 스스로를 경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숨이 너무 차고 다리가 아파서 결국 진짜 넘어졌다. 일어나 보려 했지만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했고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주변의 조언을 듣는다고 여겼지만 우습게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그저 보통의 사람이었다.


인생은 재미있지 않고 신나지도 않다.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흥분이 아니다. 인생은 호수와 같은 것이고 나무의 끝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은 것이다. 바람이 불면 호수 물 표면이 잔잔하게 일고 그 아래 깊은 물은  더 깊어진다. 계절이 바뀌면 나뭇가지 끝에는 연두색 잎을 내보였다가 가을이면 수분을 내보내 겨울을 준비하느라 갈색 잎으로 떨어뜨린다. 해가 뜨면 따뜻해지고 밤이 되면 추워진다. 매일의 현상이 있고 과정이 있다.  

이 모든 현상과 과정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라기보다 그저 매일의 연속이다.

우리는 연속의 과정에서 따뜻함과 추움과 바람을 느끼는 것이고, 어떻게 느낄지 선택할 수 있다.


재미를 왜곡해왔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왜곡된 것을 바로 보려고 노력해 본다. 극도의 성취감을 맛보는 환경에서 일상을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평온함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삶의 구간마다의 경험하고 깨달아 가는 것이 성취의 큰 범주이고 그 안에 일의 성취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성취감'의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그리고 나의 머리 위로 매일 해가 내리쬠을 기뻐하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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