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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an 14. 2020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지운다

그것은 초능력이 아닌 인간의 본능이다

기억의 종류

사람의 기억에는 사실적 기억이 있고 이야기 기억이 있다. 사실적 기억은 집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성의 것이고 이야기 기억은 나는 그런 일을 한 사람이라는 자아감을 형성해 주는 사건의 기억이다.



기억의 상실

흔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사건을 겪으면 이야기 기억, 즉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 일종의 기억장애이다. 머릿속에 사건이 저장이 되어 있는데 어떤 심리적인 이유로 회상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선택적 기억

우리는 사건을 겪을 때 감정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의 개입으로 선택적 기억을 하게 된다. 또 이런 선택적 기억이 왜곡을 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건의 기억, 즉 이야기 기억은 사람의 감정, 의지 혹은 의도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기억되는 방식은 사람의 자존감 혹은 자존심 등의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살고자 하는 본능

나 역시 인생의 어느 시점이 흐릿하게 남아 있거나 특정 기간은 아예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있다. 뭔가 좋지 않았던 일이 있었던 정도의, 감정의 흔적 정도만 남은 기억의 상태이다. 다행히도 이런 부분 망각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지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기억을 회상하지 않도록 하는 기억 장애는 사람의 삶의 본능이다.

 


기억을 남기는 사건 만들기

지우고 싶은 기억보다 남기고 싶은 기억이 많은 삶이고 싶다. 공적으로 혹은 일로써 즐거운 일들은 힘들고 슬픈 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이고 업무적인 기억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일과 슬픈 일이 없을 수는 없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개인의 기억을 좀 더 많이 남기고 싶다.



기억에 대한 미래의 계획

앞으로 남길 기억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방식은 어쩌면 최근 나의 관심사로 떠오른 well-dying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지만 기억을 위해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일, 좀 더 나에게 중요한 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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