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이하는 봄, 나를 돌아 보기
봄이면 본능적으로 청소를 한다.
겨울 묵은 때라도 벗겨내듯 집안의 문이란 문은 다 연다. 닫아 둔 시간이 외로움에 무게가 더해질 즈음에 문을 열어 제끼는 계절이 봄이다. 그저 바깥공기가 그리웠는지 아니면 봄이 데려 온 살랑이는 바람이 그리웠는지.
에어베드가 할인하는 걸 2주 전 즈음인가 ssg 쇼핑몰에서 스치듯 봤다. 그 물품을 드라마였는지 리얼리티쇼였는지 어디선가 본 캠핑 아이템 혹은 레저(?)나 휴가(바캉스) 같은 단어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 물건을 보며 한참을 장바구니에 넣을지 말지를 고민했는데, 결국 주문을 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와중에 공기를 넣어볼까. 공기 넣는 방법이 특이하다. 큰 봉다리에 공기를 넣기 위해 팔을 크게 휘젓다 공기 빠질새라 얼른 입구를 둘둘둘 말아 버리면 된다. 나는 키가 작아 큰 태극기 휘날리는 게 힘이 든다. 에어베드의 전체 길이도 내 키의 2배는 되는 커다란 주머니 혹은 봉다리다. 짧은 사람이 있는 힘껏 온몸을 펴서 펄럭대니 어깨가 다 아프다.
여튼 의외였던 공기 주입법이었지만 나름 간편하다. 가까운 공원 갈 때에 접어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공기를 대충 넣고 누워 보니 보람차다. 내가 봄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봄하늘이 보이고 내마음 나도 모르오.. 하고 말하는 듯한 포송한 구름이 보인다.
내가 망설였던 그 시간, 이 물건을 쓸 데를 찾지 못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캠핑을 가본 적 없고 제대로 준비된 레저나 휴가도 즐기지 못했던 지난 청춘의 날들.
어느 계절이 되었든 어김없이 다가오던 주말에 열심히 살았노라며 커피 한잔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에어베드에 기뻐하는 나이 먹은 나 자신이 오늘은 좀 안쓰럽다. 커피와 에어베드로 봄의 대청소를 하며 조금은 나를 보듬어 주자고 작게나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