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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Dec 23. 2020

성탄

- 자작시 16

을지로 사거리 xx 은행 앞에는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구세군 냄비를 걸고 빨간 코트 사람은 종을 흔든다.


어릴 때 그 종소리는 희망스럽게 들렸는데 지금의 종소리는 어찌하여 구슬픈지 모를 일이다


12월이 추워서일까 주머니에 넣었던 손이 아버지의 주름만큼 깊어졌다. 선이 없는 이어폰은 사람과 세상을 잇던 애달픈 종소리를 멀게 한다. 손바닥 작은 화면에 비치는 세상에 빠져 들었지만 어릴 때 그 붉은 종소리를 찾을까 검색해 본다. 누군가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크리스마스 노래가 어쩐지 내 귀에는 스며든다.

 

넓은 광장 앞에 얼음같은 장막을 안은 사람들이 보인다. 사그라질 듯한 생명 몇몇일까. 거리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천사는 뒷편 건물에 간신히 양 날개를 펴본다. 거리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천사. 흔적인자 모를 그 신발은 차가운 물 위 조명에 반사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여전히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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