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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Apr 05. 2021

안부

시간이 낡을수록 세상에 안부를 묻고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세상이 가까울수록 아름다움은 멀어지고 평안을 갈구한다.


복잡해질수록 시를 가까이 한다. 나는  오른편을 보지만 결국 왼편으로 가고 있다. 오른편 길로 돌아오려면 어제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부

-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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