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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Feb 01. 2023

눈 오는 밤

눈 오는 밤

         - 곽재구





사랑을 위해 절망의 뼈를 깎는 사람들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고통을 위해 죽음 근처에서 어둠의 독배를 홀로 들이키는 사람들의 춤은 뜨겁습니다.


당신에 대한 긴 기다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안 우리들은 세상 도처에서 버려진 자의 쓸쓸한 잔을 들었습니다.


몰매 맞은 이웃을 외면하고 무릎 꺽인 선구자의 수난을 매도했습니다.

빈곤에 전 형제의 노동 위에 무지개 아파트를 세우고 내 아내와 내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만 장미꼿 적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중앙 집중식 난방 시스템의 행복 속에서 불갈비를 뜯으며 새로 산 땅 값이 오르는 이야기로 긴 밤을 눈뜨고 새웠습니다.


눈은 내리고 바람은 불고 약속의 그날은 끝끝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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