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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l 17. 2023

함부로 영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들.


모든 걸 갖겠다고 덤비던 시절이었다.

갖고 싶은 게 많았다.

사랑도 우정도 잠시 가졌다고 착각했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연습이었던 날들.

함부로 영원을 이야기했던 순간들.

나는 그 착각이 참 좋았다.


아, 그래도 가질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었지.

"이 여름은 우리 거다!"

그해 여름은 우리의 것이었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모두의 기억에 청춘은 아름답게 미화된다.

추억이라는 필름은 아련한 필터에 의해 뇌의 구석진 곳에 흐릿하게 인화된다.

그것은 대부분 흐릿하다는 것을 그리고 미화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아름답고 아름답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는 청춘을 사랑한다.

청춘인 자들도, 청춘을 앞둔 자들도, 청춘을 지나온 자들도 하나 같이 청춘을 동경한다.


남아도는 체력과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기.

무언가를 미쳐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것에 바닥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하여 울고 있다가도

친구가 부르면 훌흘 버리고 나가 놀고.

그런 자신을 갑자기 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그런 게 삶이라며 자고 일어나 또 반복한다.


그래도 여름 하늘의 구름은 눈부시다.



청춘의 때.

모든 것을 분석하고 효율화할 필요가 없이 지내는 밝음 그 자체 찬란 덩어리의 시기.

감정도 체력이란 걸 모르고 모든 것을 찐텐으로 사랑하고 모든 일에 심장 터지게 아파할 수 있는 시절.


그 시절의 기억이 미화되고 아름다운 이유는

이제는 그런 체력과 시간이 없음을 깨닫거나

그런 순수함을 동경으로만 남겨놓거나

외면하기 때문이다.


현재 염색체 세포의 나이는 청춘이 아니지만

과한 우정에 웃고 싶고,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지고 싶고,

좌절에 흘리는 눈물은 투명하게 반짝이길.


그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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