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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Aug 19. 2023

시간과 사건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

모른 채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오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날이 오고,

또 한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상실 수업)








시간은 관념상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흐르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 모두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현재들의 나열, 즉 사건을 구분하기 위해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사건들은 (그 현재들은) 지나고 나면 지금의 시간 안에 머물며 미래를 변화시킨다.


현재 일어나는 사건은 시간의 방향, 축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공동의 사건을 만들어 가게 되면 관계가 지속되고 사랑이 지속된다. 그러나 더 이상 함께 관여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곧 사랑의 종결을 의미하게 된다.


사랑했던 미워했던 시람 모두 시간의 방향 밖으로 나가게 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마치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가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


시간은 사건으로 덮일 수 있다.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지면 시간은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되고 시간의 축은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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