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언니가 다시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언니는 스스로 경단녀라고 말했다.
언니는 퇴사 후 행시 준비를 하다가 그만 두면서 방황의 시간을 보냈는데 하필 그 시기에 만나게 된 코로나 시기에 남아 있던 자신감은 바닥을 찍게 되었다.
단어 그대로만 보면, 경던녀. 경력이 단절된 여자라는 의미가 맞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을 기분을 나쁘게 한다. 자신, 혹은 타인이 경단녀라고 부를 때 자신감 상실에 도움을 주면 줬지 긍정적인 느낌은 없었으니까.
특히 실력이 없는 것을 자신을 탓하며 사회에 다시 끼어들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힘이 될까 생각했었다.
막연한 희망을 말하기엔 언니나 나나 모두 현실을 아는 나이라서 빈말을 할 수는 없었다.
사회에서 실력이 있다 없다는 전문가로써 실력을 운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 초년생에게 실력이 있다 없다는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 초년생이라 아직 전문가가 되지 않은 정도에서는 실력보다는 재능이라던가 경험치 등으로 대체해서 말을 한다. 듣는 입장에서나 말하는 입장에서 자존감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실력이 있는 사람만 찾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다들 실력을 쌓고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실력자들이 주변에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보면 실력보다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 오게 되는데 그것은 근본적인 부분이다. 사람에 대한 생각,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온도, 물질을 대하는 태도 등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실력'이라는 것과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다.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 사람이 쌓은 실력의 근간이자 그 사람의 색깔을 나타낸다. 실력자들 사이에서 차별적인 실력, 혹은 변곡을 만들어 내는 실력을 만들게 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차별적인 실력은 실력이 많고 적음, 높고 낮음과는 다른 개념이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는 의미이다. 신체적인 기량이나 재능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닌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경우 차별적 실력은 창의성을 뜻한다.
실력의 변곡점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실력에서 어느 지점까지는 다들 비슷하게 분석해 내지만, 그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는 변곡점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창의적인 영역에서 나온다.
때문에 경험이 아직 쌓이지 않았다고 해서 실력이 없다고 하며 스스로를 바닥으로 낮출 필요는 없다.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실력은 길러진다. 다만 남들과 좀 다른 실력을 가지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자신만의 실력이라고 말하려면 말이다.
언니에게도 말했다. 경험은 다시 쌓으면 된다고.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건데 그 시간은 절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