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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Feb 14. 2023

어른도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ㅇㅇ씨, 사랑 많이 받고 자랐나 봐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기분이 묘해진다. 사랑을 안 받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또 사랑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서 그렇다.


나의 부모가 나를 낳아주시고 기르신 건 사랑해서였을 거라는 막연한 짐작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마도 어릴 때 안김의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조카들을 만나면 많이 안아 주려고 한다.

만나면 반갑다고, 헤어질 때 또 만나자고 안아주고 호시탐탐 안아줄 기회를 노린다. 동생도 자신의 아이들을 많이 안아준다. 감정 표현에 무뚝뚝한 내 부모 세대와 다르다.


나이 먹고 사회생활 중에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엄마 아바는 나를 조금씩 안아 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부모의 안아줌은 포근하기보다는 뭉클하다. 아마도 이렇게 살아낸 자식에게 격려하고 싶으신 걸까. 그래도 싫지는 않다.

 

이유는 모르지만 안아줌과 안김에는 불안을 잠재우는 힘이 있다. 안아주고 안기고의 행위는 사랑과 위로, 격려라는 몸의 언어라서 그렇다. 그렇지 않고야 밤에 잠을 못 잘 때나 프레젠테이션과 시험을 앞두었을 때 많이들 안아주고들 하는 걸 보면.


나 역시도 사랑하는 이의 반복적인 안아줌을 통해 불안을 가라앉히고 친구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안아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친구와 더욱 친해졌고.


안아주고 안기는 건 사랑과 위로와 격려의 가장 큰 표현임을. 다 자란 어른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뜻한 안아줌이 필요하다는 걸.

오늘, 무심히 기억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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