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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Dec 23. 2018

주말 토크 with 엄마

엄마에게 듣는 삶의 깊이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가 있고

스타벅스가 커피를 마시기 싫을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엄마와 떡볶이 집을 찾다가 뜨겁고 매운 떡이 들어간 치즈 떡 닭갈비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으례 그냥 메뉴 하나 시키면 될 것 같았는데 메뉴 선택부터 서빙 시스템이 예상과는 달라 어리둥절 하던 참이었다.


옆 테이블의 30대 초반의 두 여성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몇 인 분에 토핑이나 밥볶음 등의 사이드 메뉴 추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셀프 품목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매운 연기가 가득해 눈도 뜨기 힘든 곳에서 이웃을 잘 만났다. 결혼한지 1-2년차 정도 된 젊은(?) 주부들이었는데, 테이블 너머로 간간히 진로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중간중간 메뉴가 나오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그녀들은 일어나서 먼저 가게되었고 엄마와 치즈를 열심이 늘려가며 호호 불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표 데이터


떠난 이웃을 말하며 그녀들이 나이가 어려 보여도 결혼을 했는지 애기 엄마인지. 나이가 들어 보여도 결혼을 안 했는지. 걸어가는 남녀가 연애하는 사이인지 결혼한 사이인지. 아니면 그 외의 남녀 사이인지. 사랑하는 사이인지 아닌지.

나는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게 보이는지 물었다. 살면서 겪고 만났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고 겪으면서 누적된 ‘엄마표 데이터’야- 라며 웃으신다.


엄마한테는 어떤 사람의 상태와 관계의 상태가 보인다니. 자리 깔아야 하는 거 아니유? 요새는 그런 걸 빅데이터 혹은 인공지능(A.I.)라고 해유. 엄마표 실버 A.I. 하나 창업해야 하는 거 같은데? 라며 웃었지만 엄마 나이가 느껴졌다. 나도 엄마 나이 때 저렇게 될까.




인생의 후회란


삶을 지나놓고 보면 그것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엄마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옛날에 혹은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삶이 후회되지 않냐고 물었다. 엄마도 삶이 후회 되는 부분도 있다고. 그러나 지나 온 삶은 후회로만 가득차 있지는 않다고. 삶은 꽤 다양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고.

빛이 났던 순간도 있었고, 기뻤던 순간도 있었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생각일 뿐. 다시 돌아가서 뭘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후회가 된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하고, 삶을 잘 정돈해 나가는 나이라며. 엄마는 나를 보며 말씀하신다.

네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이, 삶을 돌이키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아니겠니?



삶의 이유


삶이 치열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엄마가 치열했던 이유는, 아마도 네 아빠의 유일한 한 사람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식들에 대한 엄마도 해야 하는데. 처음이기도 했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엄마한테 너무 벅찼던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네 아빠와 자식들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되었던 것 같네. 네 아빠는 자식 교육과 양육을 단순하게 생각하시도 하고 본인의 삶이 너무 바빴거든. 그래서 엄마는 자식을 위해 플랜 b를 만들어 두려고 많이 노력했지.

그런데 자식들은 그게 플랜 b였다는 걸 몰라.
삶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익은 계란


날 달걀은 한 번 깨지면 끝이지 않니. 익은 달걀은 깨져도 단단한 속이 버텨내지. 그런데, 겉에서 보면 날 달걀인지 삶은 달걀인지 아무도 몰라.


네가 쌩으로 날달걀 상태라면 외부로부터의 상처에 깨지게 되겠지. 엄마는 네가 익은 달걀이 되면 좋겠어. 아무래도 부모이다 보니, 몇 년 전처럼 네가 깨진 모습을 보게 되면 마음이 아프거든.

네가날 달걀인지 익은 달걀인지는,

너만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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