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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하는 시간
우리 어릴 적
by
쓰담홍
Apr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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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적>
너무나 소중한 너를
아가인 너를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두고 출근을 했어
항상 제일 먼저 등원하던, 너
너를 두고 등 돌려 출근하는 길
나는 속으로 수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어
퇴근 후,
숨이 차 넘어갈 정도로 달려 너에게 갔지
늘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했던, 너
너를 등에
둘러업는 순간,
나의 동요 메들리가 시작되었지
그때 동요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이었지
내가 노래를 부르면
너는 손과 발을 흔들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췄지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목욕을 하고
밥을 먹었어
이유식, 그리고 이유식에서 밥으로...
모든 잘 먹어 주던, 너
너무 고마웠어
하지만 그래도 항상 말랐던, 너
괜스레 마음이 쓰였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수북이 쌓아놓고
너와 마주 앉아
너와 나만의 놀이가 시작됐지
하루 종일 힘들었을 널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생각했어
나의 미안함을 덜어내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내가 너에게 하는
최고의 사랑의 표현이었지
색종이를 찢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콩을 던지고
물감 범벅을 하고
두부를 으깼어
그리고 자기 전에
둘이 나란히 누워
그림책을 보았지
참 잠이 없던, 너
중간에 자주 깨던, 너
그래서 나는 더 더 더 책을 읽어 주었지
좋은 꿈, 편안한
잠자라고
하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찾던, 너
그래도 좋았어
그래도 행복했어
나는
너를 재우고
나는 조심히 몸을 일으켜 설거지를 했어
나는 조용히 몸을 구부려 청소를 했어
그리고 가끔은 소리 없이 울기도 했어
그리고 다시, 아침
우리의 출근 시간
새벽에 일어난 너는
내 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
잠든 너를 다시 어린이집에 살포시
눕혀놓고 나오던, 나
가슴이 일렁거렸지
그 시절, 그렇게 매일매일이 돌아갔어
쳇바퀴를 돌듯
그 쳇바퀴 안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 행복이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어
그렇게 살아나갔어
그렇게 버텨나갔어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떨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사랑하지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웃고 있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하자 웃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마라는 이름을 막 달기 시작한 어린 나에게
처음 만난 너의 아름다운 어린 날을 생각하며 써봤어.
어린 날의 우리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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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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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머무리는 문장을 필사합니다. 필사를 통해 나와 나가 만나는 시간을 쓰담는, 쓰담쓰다 필사반을 운영하는 쓰담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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