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때가 선명하게 생각난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 공부가 싫었다. 어쨌든 졸업하고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대학에 입학했을 땐 신나게 놀았다. 연못 안에 웅크리고 있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사방팔방 뛰놀았다. 졸업 후 닥칠 어려움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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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도 안 좋고 자격증을 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 간판이 좋은 것도 아니니 취업은 엄두도 못 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아는 곳에 갈 수 없었다. 모범생 친구들은 교수님 추천으로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이 된 상태였다. 대안으로 편입을 시도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험 과목 중에 영어가 필수였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남들 다니는 회화학원에서 친구 따라갔었지만 말 그대로 왔다 갔다만 했다. 공부한 게 없었다. 학원의 전기비 내러 다녔다. 고등학교 때 공부 좀 할걸, 학원 다닐 때 공부 좀 할 걸 후회해 봤자 다 지난 일인 걸.
그래도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누구에게 떠밀려했던 공부가 아니고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면 열심히 했었기에 후회가 없다. 졸업과 동시에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어느 학교에 발령받을지 기다리는 학우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땅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그 당시 힘이 되어 준 이들은 가족과 친구보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옆에 앉아있는 수험생들이었다. 눈뜨고 있는 시간은 종일 같은 공간에서 수업 듣고 공부를 했던 그들. 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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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알에서 올챙이 그리고 개구리가 되어 다 이룬 것만 같았던 그때 황새가 나타나서 잡아먹으려 합니다. 나에게 닥쳤던 어려움,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그때 힘이 되어 준 것(사람)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너무 힘들었는데 남편이 잘해줘서 힘이 됐다는 분, 아이들은 독립하여 잘 살고 있고 이제 나의 삶을 살려는 때 건강이 나빠졌다가 잘 치료됐고 좋은 이웃을 만나 힘이 된다는 분, 선한 영향을 배불려다가 도리어 사기를 당했던 당시에 비해 이젠 남에게 잘 속지 않는다고 했다. 어려움은 당시엔 너무 힘들지만 겪고 난 후엔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한 것이다. 그 자리엔 도움의 손길을 준 가족, 이웃들이 있었다.
-8살 어린이들은"엄마가 가장 무서워요." 그리고 "할머니에게 안기면 모든 게 사르르 녹아요." 아이들의 세상은 나를 키워주는 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세상이 많이 다르겠구나 느꼈다. 언제 깨질지 모를 연약한 존재인 어린이들을 더 세심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보호자가 전부이기에 위협하는 황새도 힘이 되어주는 개구리도 모두 보호자라는 답이 돌아온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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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 때 그것을 알아차려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에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단 한 사람만 이라도 있더라도 살아갈 힘이 난다. 내가 아무리 하찮다고 느껴지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