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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타치 Dec 25. 2023

그래봤자 개구리입니다만

단 한 사람

올챙이 때가 선명하게 생각난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 공부가 싫었다. 어쨌든 졸업하고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대학에 입학했을 땐 신나게 놀았다. 연못 안에 웅크리고 있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사방팔방 뛰놀았다.  졸업 후 닥칠 어려움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말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성적도 안 좋고 자격증을 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 간판이 좋은 것도 아니니 취업은 엄두도 못 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아는 곳에 갈 수 없었다. 모범생 친구들은 교수님 추천으로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이 된 상태였다. 대안으로 편입을 시도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험 과목 중에 영어가 필수였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남들 다니는 회화학원에서 친구 따라갔었지만 말 그대로 왔다 갔다만 했다. 공부한 게 없었다. 학원의 전기비 내러 다녔다. 고등학교 때 공부 좀 할걸, 학원 다닐 때 공부 좀 할 걸 후회해 봤자 다 지난 일인 걸.

그래도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누구에게 떠밀려했던 공부가 아니고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면 열심히 했었기에 후회가 없다. 졸업과 동시에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어느 학교에 발령받을지 기다리는 학우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땅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그 당시 힘이 되어 준 이들은 가족과 친구보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옆에 앉아있는 수험생들이었다. 눈뜨고 있는 시간은 종일 같은 공간에서 수업 듣고 공부를 했던 그들. 불러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pixabay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알에서 올챙이 그리고 개구리가 되어 다 이룬 것만 같았던 그때 황새가 나타나서 잡아먹으려 합니다. 나에게 닥쳤던 어려움,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그때 힘이 되어 준 것(사람)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너무 힘들었는데 남편이 잘해줘서 힘이 됐다는 분, 아이들은 독립하여 잘 살고 있고 이제 나의 삶을 살려는  건강이 나빠졌다가 잘 치료됐고 좋은 이웃을 만나 힘이 된다는 분, 선한 영향을 배불려다가 도리어 사기를 당했던 당시에 비해 이젠 남에게 잘 속지 않는다고 했다. 어려움은 당시엔 너무 힘들지만 겪고 난 후엔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한 것이다. 그 자리엔 도움의 손길을 준 가족, 이웃들이 있었다.

-8살 어린이들은"엄마가 가장 무서워요." 그리고 "할머니에게 안기면 모든 게 사르르 녹아요." 아이들의 세상은 나를 키워주는 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세상이 많이 다르겠구나 느꼈다. 언제 깨질지 모를 연약한 존재인 어린이들을 더 세심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보호자가 전부이기에 위협하는 황새도 힘이 되어주는 개구리도 모두 보호자라는 답이 돌아온 걸 보면 말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내가 힘들 때 그것을 알아차려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에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단 한 사람만 이라도 있더라도 살아갈 힘이 난다. 내가 아무리 하찮다고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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