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똥쟁이 경연대회

by 생각많은인프제

“으!!!!!!!!!!!!”

“와!!!! 오늘 정말 대박인데요?”

“저희 몰래 어디서 단체 회식하고 온 거 아니겠죠????????”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는 와상환자이기 때문에 대부분 스스로 배변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대체로 5일에 한 번씩 좌약을 삽입하여 배변을 유도한다. 규칙적인 배변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데, 오랫동안 무변 상태로 있는 경우 열이 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신경학적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주치의들 중 한 명은 증상이 심화되어 상태를 알리면 약을 변경하거나 증량하기 전에 관장부터 시행하며 상태 관찰을 해보자 할까. 이 5일의 간격은 참으로 아이러니한데, 병동에 스물 몇 명의 환자의 주기가 모두 다 다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간호사들 몰래 서로서로 눈짓하며 약속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꼭 무리 짓는 환자들이 있다. 심할 땐 병동 환자의 반 이상이 한 날에 몰리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정말이지 다 같이 어느 맛집에 가서 신나게 먹부림을 하고 온 게 아닐까 합리적으로 의심해보기도 한다. 아니면 우리 몰래 치러지는 어떤 경연대회의 장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똥쟁이를 가려내기 위한 치열한 대회의 장이었는데 우리가 몰라봤는지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경연대회에 참여한 심사위원이 된 것 같았다. 내로라하는 똥쟁이들이 모였으니 심사는 까다로워야 할 테다. 엣헴! 냄새, 양, 형태 부문으로 까다롭게 평가한 경연 결과는 과연?


첫 번째 참가자.


이 참가자는 그렇게 위력적이진 않지만,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의지를 가지고 손을 쓸 수 있다. 냄새도 양도 많지 않지만, 문제는 의지를 가진 손이 기저귀를 향한다는 것! 양손 가득 주물주물하다 간호사가 쳐다보면 개구진 웃음과 함께 얼굴과 벽 여기저기에 똥을 묻혀 간호사들의 깊은 탄식을 자아낸다.


두 번째 참가자.


이 참가자는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기세가 대단한 게 특징이다. 이 참가자는 양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리 소문 없이 퍼지는 냄새에 기저귀를 열면 제 몸의 세배쯤은 되는 똥을 싸두어 모두의 탄식을 자아낸다. 오늘도 뭔가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키들키들 웃는 걸 보면 도저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게 매력 포인트.


세 번째 참가자.


이 참가자는 언제나 간호사들에게 마음의 준비와 심호흡을 하게 만든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성질이 조금 나빠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느리게 그러나 묵직한 한방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방수 패드를 두 겹으로 깐다. 기저귀도 두 겹. 과연 결과는? 으..... 패드를 넘어 침대 시트까지 젖었다! 기저귀를 갈기 위해 네 명이 붙어도 한참 진땀을 빼며 쉽지 않다. 중2병은 정말 무서운 병임에 틀림없다.


네 번째 참가자.


경연의 최고령 참가자로 ‘짬에서 나온 바이브’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참가자! 언제나 쟁쟁한 어린 경쟁자들의 도전을 받지만 언제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쉽지 않은 전통의 강호다. 양도 양이지만 이 참가자는 실금이 있어 좌로, 우로 돌려지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실금이 이어져 조금이라고 스피드가 늦으면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하는 불상사로 이어진다.


과연 이 경연의 우승자는! 두구두구~ 바로 네 번째 참가자! 역시 ‘짬에서 나온 바이브’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중증 와상환자의 욕창 예방을 위해서는 수시로 체위 변경을 해줘야 하고 기저귀를 교환해야한다. 습한 환경과 압력이 만나면 바로 욕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간호사의 체력을 가장 많이 소진시키는 일이고, 손목이나 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성대하게 열리는 경연장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충분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상태를 확인하는 수밖에! 입원 환자 중 그 누구도 엉덩이에 욕창이 없는 건 이런 경연과 심사 덕분 아닐까!

keyword
이전 05화엄마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