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생아 돌보기 대작전

by 생각많은인프제


어느 가을날이었다. 몇 년간 나라를 마비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주춤해졌고 엔데믹에 관한 얘기가 피어오르는 시기였다.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던 신생아실도 재운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어 첫 번째 환자의 입원이 결정되었다. 신생아실이 폐쇄되었던 2년 반의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인사이동이 있었던 터라 우리는 모두 간호사였지만 신생아는 처음이었고 설레면서도 긴장하며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아기가 입원하는 날은 가을바람이 유난히 살랑거리는 날이었다. 아기는 관할 구청 직원 품에 안겨 왔는데 어찌나 도톰한 겉싸개로 싸뒀던지 좀체 얼굴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아기를 아기침대에 누이고 겉싸개를 열었을 때, 우리 모두는 탄성을 내질렀다. 노르스름한 귤색을 가진 천사였다! 태어난 지 9일째인 아기는 한 줌밖에 되지 않았고, 너무 귀여웠으며 또 그저 사랑 그 자체였다. 이렇게 귀여운 작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유죄였다.


문제는, 우리였다. 학생시절 아동간호학 책 어딘가에서 신생아에 대해 배운 것 같았지만 그것은 너무 오래전 일이었다. 우린 모두 간호사였지만 이렇게 작은 아기는 처음이었고 미혼이었고, 조카도 없었다. 육아 경력자인 선생님들도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당장에 수유를 해야하는데 분유를 타봤어야지! 급한 대로 포털사이트에서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찾아 속성으로 공부하고 아기를 보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황당하면서도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워 웃음이 흘렀다. 이 모든 일들이 어린이 없는 어린이 병원에 신생아가 입원했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아기가 입원한 첫날 모든 근무 번 간호사들이 아기를 보는 데 애를 먹었고 가장 큰 일은 밤번에서 터지고야 말았다.


신생아 수유는 1시간 반~2시간 간격으로 계속 이뤄져야 했다. 아뿔싸, 우리 아기는 식성이 남다른 아기였고 오전 분 식이가 올라오기 전까지 먹을 분유를 전날 받아는 뒀었지만 끝내 모자라고야 말았다. 배꼽시계는 울리는데 아기 먹일 분유를 그 새벽에 구할 방법이 없었고 아기는 목청이 터져라 달래지지 않는 울음을 울었다고. 아침 번 간호사들 출근할 때 밤새 아기를 번갈아 가며 안아 다독였던 그 표정이 지치고 울상이었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분유를 더 넉넉히 받았고 다행히 이후로는 아기가 배고프다고 밤새 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줌 같은 삶이어도 아기는 주어진 삶을 아주 전투적으로 충실히 살았다. 수유량도 점점 늘었고, 입가에 분유를 잔뜩 흘려놓고 자기가 한 트림에 자기가 놀라 눈이 커지는 걸 보며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접종주사를 맞고 불타는 고구마처럼 병동 떠나갈 듯 우는 모습도 모두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주먹 쥔 작은 손, 옥수수 알갱이 같은 발가락,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허벅지, 자느라 볼 옆으로 떨어져 있는 쪽쪽이... 정말이지 아기는 존재 그 자체로도 사랑이었다. 내 배 아파 낳지 않아도 이렇게 사랑스럽고 마음이 충만해지는데 내 배 아파 낳은 아기는 오죽하랴 싶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모두가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베테랑이 되어갔다. 수유부터 목욕까지 막힘없이 할 수 있게 되었고 다들 당황해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티도 안 나게 되었다. 어린이 없는 어린이병원에 처음으로 입원한 신생아 아기는 모두를 당황시켰지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처음을 경험하게 해주었고,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아기는 곧 두 돌이 된다. 이제 제법 어린이 같아졌고 표정도 많이 생겼다. 누군가 자기에게 관심 가져주는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인기척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사랑스럽다. 슬프지만 가지고 있는 무뇌수두증으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기대되는 삶이겠지만 아기가 지금까지의 삶을 무사히 살아낸 게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아기의 삶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하늘로 돌아가는 때가 있다면 우당탕탕 거리긴 했어도 최선을 다했던 우리를 꼭 기억해 주길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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