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만 충만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

당연함 속에서 나는 사실 자라고 있었다.

by 고은지

최근 들어 충만하다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살면서 완벽히 좋은 감정으로만 지낼 순 없기 때문에, 충만한 기분이 들면 귀하디 귀한 기회가 찾아온 것만 같다. 상황이 크게 바뀐 것도 없는데, 도대체 이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얼마 전 생일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자 여전히 얼굴 보며 사는 옛 친구들의 연락이 하나둘씩 왔다. 바쁜 일상에서 지나치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건네는 것, 멀리서 선물까지 보내는 것이 가벼운 수고로움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왠지 뭉클했다. 한 명 한 명의 인사가 유난히 더 반가웠다.


회사에서도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회의실로 이끌려 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을 띤 복숭아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박수 칠 두 손을 모아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의 모습, 내 취향일 거라고 확신해서 고른 케이크와 선물. 사적인 기념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느슨해진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매일 같이 거실에 앉아있던 가족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엄마는 웃는 얼굴로 냉장고에서 케이크 박스를 꺼내며 저녁 먹기 전에 초를 불자고 했다. 소곤거리듯 불러주는 축하 노래를 한 박자씩 따라 부르며 몇 초짜리 순간을 느리게 곱씹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내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해주고 싶고, 좋은 곳을 보게 해주고 싶어 구석구석 나를 데리고 다녔다. 자신이 태어난 생일보다 너의 생일이 더 기쁘고 신난다는 말처럼 사랑스러운 말이 어디 있을까. 손을 잡고 가을이 남아있는 거리를 걸었다. 손끝까지 빈틈없이 맞닿아 만들어진 단단함. 이만큼의 돈독함이 영원히 선명하기를 바랐다.


생일은 매년 찾아오고, 일상은 더 촘촘히 매일 찾아온다. 당연하게 예상된 일에 점점 감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리 무디게 지나치기엔 우리의 곳곳엔 아름다운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요즘 나는 충만해.’


사랑하고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면이 가득 채워진다. 휘청여도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들 곁에서 자라고 있다는 기분. 그 감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감히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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