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루틴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우울한 감정을 잠재웠던 건 규칙성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지겨워했던 적도 많지만 결국 나를 살아내게 하는 것은 나만의 반복, 습관, 루틴... 규칙성이 없으면 무너지기 쉽다. 불규칙은 불안과 나란히 간다.
하루는 내게 약속된 것들과 함께 돌아간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양치하고 마시는 차 한 잔. 속을 달래고 다가올 오늘의 일에 치일 것 같은 기분을 진정시킨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오는 마을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딴짓 없이 외출 준비에 돌입.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옷들을 돌려 입으며 조금씩 다른 코디를 만든다. 이 역시 반복되지만 나만 아는 소소한 바꿈이 그 안에 있다.
일에 몰입하기 전에는 커피와 구운 계란을 까먹으며 배를 살짝 채우기. 든든한 아침 식사는 거르는 탓에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의 디테일한 내용들은 달라지지만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고 집중하고 잠깐 스트레칭하고 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해도 기웃기웃 저물고 있다.
남아 있는 밤 시간에는 운동을 해본다. 하루종일 안으로 말려있는 듯한 신체를 풀어주고, 내면으로 흐르던 힘의 방향을 바깥으로 틀어준다. 건강하게 몸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힘들어 죽겠지만 꾸준히 찾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우울과 불안이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틈 사이로 루틴은 기다리고 있다.
루틴이 있다는 것은 때마다 내가 할 것을 반사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 마음이 흔들려도 자신만의 규칙성이 있는 사람은 곧 돌아올 것을 안다. 루틴이 계속 돌아와 달라고 지겹게 잡아당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