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과 시작보다는 정비하는 시간

나는 다음 또 다음으로 계속 흐르고 있다.

by 고은지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설날이 코앞이다. 연말연시에는 유독 다양한 장애물들이 급류로 흘러가던 삶의 속도를 조정한다. 주변에서 떠나갈 사람들과 머무를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고 일의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계획한다. 한 해 중 일 년을 가장 촘촘히 뜯어볼 수 있는 시기이려나. 어떤 길로 좀 더 흘러볼 것인가 중요한 선택의 키를 쥐고 나를 정비한다. 그렇다고 너무 끝과 시작이라는 경계를 두진 말자. 흘러온 대로 계속 흐르되, 방향과 속도에 대해 좀 더 의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뿐이다.


해가 바뀌고 첫 출근을 하니 팀원 한 명이 퇴사를 한다고 했다. 새로운 헤어짐이 왔구나 생각하며 겉으론 덤덤하게 있었지만, 이 또한 팀 안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테니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었다. 타인의 결정을 내가 내릴 순 없기에 결국 받아들여야 하기에 가까운 미래 정도를 상상만 해보았다. 어떤 환경은 누군가에게 최고일 수도, 최악일 수도, 뜨뜻미지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만남과 이별을 수도 없이 겪을 수밖에 없고, 예기치 못했다고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생길 일이라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올해는 부모님 집이 아닌 내가 구한 집에서 살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우리 동네를 참 좋아하지만, 온 식구가 살기에는 집이 많이 좁아서 알게 모르게 불만이 있었다. 내가 더 넓은 집에서 살았다면 마음도 더 넉넉해졌을까? 내가 더 편한 방에서 잘 수 있었다면 삶의 질이 달라졌을까? 부끄럽지만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부모님 곁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이제 나에게 맞는 집도 잘 찾아서 더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최소한의 책임을 지키는 일조차도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며 나는 자라왔다. 더 괜찮은 선택을 하고 싶다고 욕심냈지만, 사실은 내가 그 선택을 괜찮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도 많다.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깊이 생각하고 변화의 물살을 가르며 나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꾸준히 느껴야 한다.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나는 오래전부터 준비하며 내 속력껏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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