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애썼던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

by 고은지

하루는 길을 걷다가 이름이 귀여운 빵집이 있어 계획 없이 들어갔다. 친절한 사장님, 세련되진 않았지만 정감 있는 인테리어. 딱 편하게 빵 먹기 좋겠다 싶어 창가 자리를 잡고 번듯이 준비된 빵들의 앞에 섰다.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까다로운 내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바로 지금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빵을 집어야 하지. 한정된 돈, 한정된 뱃속을 고려해서 내가 마음에 들 한 두 가지의 빵이 뭘까. 나는 빵 두 개의 선택에는 조금 과분할 수 있는 십여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빵을 골랐고, 미처 데려오지 못한 빵들에게 느꼈던 진득한 미련을 거뒀다.


사실 그날 내가 무슨 빵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골똘하게 고민했던 내 표정과 옆에서 기다리던 남자친구, 그날 봤던 풍경과 사람과 머물었던 자리, 편안한 마음과 빵이 정말 달콤하고 따뜻하고 맛있었다는 감각만이 기억난다.


하물며 이런 작은 결정에도 고민스러운 나인데, 삶의 더 큰 선택들을 마주하면 어떨까. 그 커다란 것들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게 나를 기다리고, 나의 물렁물렁한 마음은 또 그 앞에서 동동 구른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기억력이 선택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에 대한 단서가 된다. 그토록 신중하던 나는 사라지고 진실로 남는 것은 선택의 이후. 그 후로 넘어가 보내는 시간들이 나의 진짜 이야기가 되어 펼쳐진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지 못하면 잠시 배회할 뿐. 결정에 확신이 없을 때면 아직까진 괜찮다고, 여기서는 돌고 돌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정해진 무언가로 나는 나중에 더 진한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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