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브런치 연재를 마치며

by 은진

주말 동안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 빠져 지냈다. 긴장감이 넘치거나 호기심에 붙들려 본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도 최종회에 다다를 때까지 쉽게 이야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마지막에 이르러 두 사람의 감정이 비로소 정리되는 장면 앞에서 나는 한동안 여운에 젖어 있었다.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은중과 상연이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던 장면의 대사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의 여정을 한 문장으로 담아낸 말처럼 들렸다. 서로를 향해 흔들리던 시선과 불안을 내려놓고,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겠다는 고백처럼 느껴졌다. 드라마 속 대사였을 뿐인데, 마치 나에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마침 브런치에 연재하던 글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고치고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건 학생 때에도 거의 없던 일이다. 낮에도 밤에도 풀리지 않는 문장을 붙들고 씨름했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글은 쉽게 마침표를 찍어주지 않았다.


글을 계속 쓰며 조금씩 달라진 건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글은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에 더 가까웠다. 매주 글을 쓰는 일은 부담이었지만, 그만큼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천천히 살기로 했다’는 퇴직 후의 시간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 시작한 기록이었다. 시골살이, 새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치매를 앓는 엄마와 시부모님과의 시간, 이사 과정과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 그 모든 조각들을 매주 기록해 왔다. 성실하게 완주하겠다는 나와의 약속만큼은 끝까지 지켜냈다.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동안의 기록은 나 말고는 쓸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천천히 써 내려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브런치 작가님들께는 더 그렇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써 내려간 글들을 읽으며 많은 힘을 얻었다. 어느 밤, 누군가의 글 앞에서 내 이야기 같아 한참을 멈춰 서 있던 적도 있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이 건네는 위로 속에서 나 역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그동안 '천천히 살기로 했다' 연재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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